경쟁사 진입 차단으로 56년 시장 독점공정위, 항공재보험 과징금 76억 부과2015년 이후 매년 당기순이익 감소해경영실패 책임 추궁 형제간 분쟁 우려
아버지 고(故) 원혁희 회장이 별세한 이후 실적이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시장 독점 구조에도 금이 가면서 2세 경영은 실패 수순을 밟고 있다. 코리안리는 원 사장 삼형제가 0.1%포인트 미만의 차이로 3%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형제들이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경우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코리안리와 9개 외국계 재보험사 국내지점의 수입보험료 기준 코리안리의 시장점유율은 85.3%로 1위였다.
2위 스위스리(4.9%), 3위 뮌헨리(4.2%), 4위 스코리(2.5%)의 시장점유율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1963년 대한손해재보험공사로 설립돼 1978년 주식회사로 전환한 코리안리는 무려 56년간 이 같은 독점적 시장 지위를 유지해왔다.
코리안리는 이를 위해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했으며 원수보험사와 보험중개사를 상대로 이른바 갑질을 일삼았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막은 혐의로 코리안리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76억원을 부과했다.
코리안리는 1999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계약과 관련해 모든 손해보험사가 자사와 거래하도록 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코리안리는 1968년 국내우선제도 등을 이용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독점력을 형성했다.
1993년 이후 해외 재보험사가 진입할 수 있도록 시장 개방됐지만, 코리안리는 2013~2017년 평균 시장점유율이 88%를 기록하는 등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
이는 코리안리가 1990년부터 손보사들과 재보험 특약 계약을 체결해 독점적 거래구조를 유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해당 특약은 재보험 물량을 모두 코리안리를 통해 계약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코리안리는 특약을 회피하는 손보사에 보험 관련 조달청 입찰 컨소시엄 참가 지분을 줄이도록 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 해외 재보험사와 국내 손보사의 거래를 중개한 한 보험중개사 담당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로 15년여간 이어진 전문경영인 체제를 깨고 오너 2세 경영 시대를 연 원종규 사장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코리안리는 지난 1998년 2월 원 사장의 아버지인 고 원혁희 회장이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이후 2013년 5월까지 재무부 관료 출신의 박종원 전 사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맡겼다.
1986년 코리안리에 입사한 뒤 박 전 사장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원 사장은 2013년 6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올해 3연임에 성공했다.
원 사장이 대표이사직에 오른 후 코리안리는 지속적인 경영실적 악화에 시달려왔다. 특히 2016년 3월 이사회 의장이었던 원 회장이 별세한 후 내림세가 뚜렷해졌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코리안리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1865억원에서 2016년 1600억원, 2017년 1330억원, 올해 1~3분기(1~9월) 987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코리안리가 지난 3월 발표한 개별 재무제표 기준 연간 순이익 전망액 2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특히 가장 최근인 올해 3분기(7~9월) 당기순손익은 137억원 손실로 전년 동기 233억원 이익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위의 칼끝이 코리안리의 독점 체제를 향하면서 장기적으로 시장지배력 약화에 따른 경영실적 추가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보유한 회사 지분이 3%대에 불과한 원 사장은 경영 실패에 책임 추궁으로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코리안리는 최대주주인 어머니 장인순씨와 원 사장을 포함한 3남 2녀가 20.21%의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남편인 원 회장이 사망하면서 최대주주가 된 장씨는 5.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씨 아래 장남 종익씨(3.52%), 차남 영씨(3.48%), 삼남 원 사장(3.57%)이 3%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원 사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지만 다른 형제들과의 차이가 0.05~0.09%포인트에 불과하다.
앞서 원 회장이 사망 전 보유하고 있던 지분 3.17%는 두 딸에게 상속됐다. 장녀 종인씨는 1.96%, 차녀 계영씨는 1.9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같은 지분 구조상 다른 형제들이 원 사장의 경영에 불만을 갖고 반발할 경우 언제든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원 사장 본인도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올 들어 잇따라 자사주를 매수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원 사장은 3월 2만6200주, 5월 6만2565주의 주식을 추가 매수해 형 종익씨의 지분율을 넘어섰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원 사장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앞으로도 추가 주식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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