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 “새해 목표 건설명가의 재건” 강조박동욱 사장은 배석만···부회장 신년사 이례적현대제철 김용환 부회장은 자료 배포만 대비향후 경영구도, 각자 또는 공동대표 가능성도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 신년사 발표를 놓고 뒤늦게 관심이 모아진다 .
지난해 현대건설 수장에 취임한 박동욱 대표이사 사장 대신 최근 현대차 그룹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건설로 이동한 정진행 부회장이 시무식(신년사) 마이크를 잡아서다.
이날 박동욱 사장은 시무식장에서 배석하는 등 자리를 함께 했으나, 별도의 연설이나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가 아닌 정진행 부회장이 정식 신년사를 하게 된 셈이다.
국내 건설업계 맏형으로 전통의 현대건설이 대표이사가 아닌 인물이 신년사를 한 건 기존 관행을 깬 것으로 극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무엇보다 지난해말 현대차그룹에서 계열사(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긴 김용환 부회장은 신년 메시지만 배포하고 마이크를 잡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더욱이 같은 정몽구 회장 계열로 분류되는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과 양웅철 연구개발담당 부회장은 고문으로 뒤로 물러났다. 같은 현대차그룹 내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은 시무식사에서 마이크를 잡지 않고 신년 메시지만 배포했다. 정 부회장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이에 현대건설이 지난 2011년 현대차그룹 인수 이래 사실상 처음으로 실직적인 부회장 체제를 구축한 만큼 단순 박동욱 사장 견제용이나 예우 차원이 아닌 실권을 갖고 3월 주주총회에서 각자 대표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측에선 "특별한 이유는 없다. 회사 가장 어른(연장자)이 신년사를 하는게 이상하지 않다"라며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해석은 단순 예우차원이 아닐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1년 현대차그룹 체제 이후 한차례 부회장 체제(김창희 부회장)를 갖춘 적이 있지만 기간이 짧고 유명무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이번 정진행 부회장의 경우 그룹에서도 실세로 통했던 만큼 실권을 갖고 현대건설로 넘어온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 현대건설은 올해 그룹 숙원사업인 삼성동 현대차 사옥(GBC) 착공은 물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나 승계 차원에서 계열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등을 추진하기 위해 정 부회장에게 힘 실어주기라는 평가가 급부상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그와 같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자리를 이동한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은 별도의 시무식을 갖지 않고 신년 메시지를 배포하는 것으로 신년사를 갈음했다.
일각에선 정진행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숙원사업 등 특별한 미션을 갖고 현대건설로 넘어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현대차는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들였으나 4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못하다가 최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수도권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며 탄력을 받고 있다.
정진행 부회장의 의지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 1979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정 부회장은 회사생활의 마지막은 현대건설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평소에 의지를 주변에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진행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이다.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포석을 두고 결정한 것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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