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사모펀드 연합 가능성 ‘솔솔’박찬구, 계획 없지만···“제안 오면 검토”‘단독인수 불가’ 사모펀드도 도움 절실 이동걸 “아시아나 경영정상화가 최우선”완곡한 어조로 ‘부정적인 견해’ 드러내최종구 “박삼구회장에 대한 예의 아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이후 유력한 인수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형제의 난’ 이후 갈라섰다고는 해도 엄연히 박삼구 전 회장의 동생이고 금호석유화학도 아시아나항공 지분 11.98%(2459만3400주)를 든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황급히 선을 그었으나 이미 재계에선 박찬구 회장과 금호석화의 개입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박찬구 회장도 전날 한 언론에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며 이를 시사했다. 어디까지나 인수 후보가 손을 내밀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금호그룹 오너가(家)의 일원으로서 아시아나항공을 향한 여전한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침이 떨어진 이후에도 시장 한편에선 박삼구 전 회장이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박찬구 회장에게 도움을 청했다거나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사모펀드(PEF)와 접촉한다는 등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를 종합해 외부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복수의 사모펀드와 연합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할 것이란 시나리오까지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원한다면 국내 기업의 조력이 필요한 처지다. 항공사업법 등에서 외국 자본의 유입을 제한해 단독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일 수 없어서다. 국토부에서도 사모펀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으나 운용 펀드의 외국 출자자 비중을 살펴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따라서 ‘금호석화의 손실’을 원치 않는 박찬구 회장 측과 사모펀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요청이 들어오면’이란 박찬구 회장의 전언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박찬구 회장이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아시아나항공을 전면 쇄신한다는 매각 본연의 취지가 가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채권단이 어렵사리 최선의 방안을 이끌어 냈는데 다시 ‘금호가’로 돌아가니 모양새가 좋지 않을뿐더러 박삼구 전 회장이 동생의 힘을 빌어 아시아나항공을 우회 인수했다는 ‘가성 매각’ 의혹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심 끝에 항공업을 내려놓는다는 박삼구 전 회장의 ‘진의’가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금호타이어 매각 때만 봐도 그는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와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를 선언하면서 채권단과 대치했다. 그 이전에는 경영 실책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났다가 번복하고 복귀하면서도 갈등을 빚었다.
다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아직까진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전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박찬구 회장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에 대해 “제3자인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면서 “지금은 잠재적 인수자를 거론할 단계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박찬구 회장도 잠재적 매수자일 수 있으니 참여하는 것까진 막지 않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인수자가 가장 도움이 될 것이냐는 관점에서만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곡한 어조였지만 경영정상화와 혈세 회수를 위해선 자금력을 지닌 인수자가 필요한데 그렇다면 대기업이 인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읽힌다. 조금 더 풀어보면 큰 맥락에서 봤을 때 박찬구 회장의 인수전 참여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런 의문을 갖는 것은 박삼구 전 회장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그가 아시아나를 살리기 위해 평생 일궈온 기업을 매각하기로 결단한 만큼 진정성에 추호의 의문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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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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