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뱅크’ 탈락 원인은 ‘혁신성 부족’당국 “사물인터넷 뱅킹 등 계획 미흡”금융·유통·IT분야 대표 28곳 모였지만이미지 담기 급급···상품·서비스 ‘뒷전’
‘키움뱅크’는 신개념 인터넷은행을 만들자는 공감대에 키움증권과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 3사를 주축으로 꾸린 컨소시엄이다. 키움증권이 모회사 다우기술을 앞세워 IT기업 특유의 혁신성을 발휘하면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각자의 역량으로 금융권 안착을 지원한다는 방향성을 지녔다. 또 신청서 제출 무렵엔 롯데그룹과 메가존클라우드, 하나투어, 아프리카TV 등이 가세하며 눈길을 끌었다.
안정적인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전면에 나선 키움증권의 뒤를 하나금융과 SK텔레콤, 롯데그룹 등 쟁쟁한 투자자가 받쳐주는 모양새라서다. 대형 금융회사와 대기업이 손을 잡았으니 적어도 자금 조달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키움뱅크’의 발목을 잡은 것은 ‘혁신성’이라는 의외의 항목이었다. TV와 내비게이션, 자동차를 연결한 ‘사물인터넷(IOT) 뱅킹’과 ‘증강현실(AR) 기반 부동산금융’, ‘가상현실(VR) 기반 가상지점’, 빅데이터 기반 상품 추천 등 여러 계획을 포함시켰지만 심사위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탓이다.
금융당국은 “키움뱅크가 사업계획의 혁신성 그리고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데 상당히 미흡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특히 외부평가위원과 함께한 발표 자리에서도 키움뱅크 측은 주주사의 빅데이터 역량으로 ‘자영업자 특화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겠다고 자신했으나 신용정보법이 개정되지 않은 데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28곳에 달하는 ‘키움뱅크’의 주주 구성이 오히려 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각 기업의 특성을 모두 담아내는 데 급급하다 보니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은행 고유의 색채를 내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이미 키움뱅크가 공개한 사업 계획을 놓고는 ‘플랫폼화’를 추진 중인 다른 금융사와 다르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했던 터였다. 즉 키움뱅크로서는 다양한 기업을 모아놓고도 시너지를 내지 못한 게 패인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복잡한 주주 구성은 인터넷은행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주가 많을수록 의견 수렴 시간이 길어져 경영에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증자 문제가 대표적이다. 초기 자본금을 3000억원으로 설정한 키움뱅크는 출범 후 빠른 시일 내 자본금을 1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제동이 걸릴 수도 있었다.
따라서 키움뱅크가 오는 3분기 재도전을 고려하고 있다면 사업계획은 물론 주주 구성에 대해서도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키움뱅크의 경우 토스뱅크에 비해 자본 조달 능력은 양호했지만 그 사실 만으로 예비인가를 내줄 수는 없었다”면서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인가를 받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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