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중심 사업구조 ‘낙제점’비바리퍼블리카가 전면에 나섰지만인터넷銀 실세는 ‘돈줄’ 쥔 VC 3사“3년 내 IPO에 엑시트 조항도 요구” 금융당국 “은행 흔들 수 있어” 일침
즉 인터넷은행 지분 구성부터 출범 이후의 사업 계획까지 진두지휘하며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했던 글로벌 벤처캐피탈 3사가 한국형 ‘챌린저 뱅크’의 출범을 그르친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애초에 ‘토스뱅크’는 벤처캐피탈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컨소시엄 명칭대로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가 전면에 나서긴 했으나 현실적으로는 자금줄을 쥔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라서다.
또 신한금융과 현대해상 등 금융사가 이탈한 가운데 벤처캐피탈 3사를 중심으로 토스뱅크의 여러 구성원이 모여든 터라 주최측인 비바리퍼블리카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반적인 진단이다.
앞서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비바리퍼블리카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 계획안을 제출한 바 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60.8%를 출자해 1대 주주에 오르면 한화투자증권(9.9%)과 알토스벤처스(9%), 굿워터캐피탈(9%), 한국전자인증(4%), 베스핀글로벌(4%), 무신사(2%), 리빗캐피탈(1.3%) 등이 동참하는 구조다. 불참을 선언한 신한금융과 현대해상 대신 글로벌 벤처캐피탈 3사와 한화투자증권이 조력자로 나서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결과였다.
주목할 부분은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 등 글로벌 벤처캐피탈의 참여다. 이들은 비바리퍼블리카를 ‘유니콘 기업’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핵심 투자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국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민 인물이 바로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였고 지난해말 비바리퍼블리카의 8000만달러(약 900억원) 투자 유치도 이들 3사가 주도했다. 따라서 이미 토스에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은 이들이 토스뱅크의 실질적인 투자자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금융주력자’를 자처한 비바리퍼블리카는 막상 자력으로 출자금을 대긴 어려운 형편이었다. 2016년 227억원, 2017년 391억원, 지난해 444억원 등 5년 연속 적자로 결손금이 1000억원에 달해서다. 그래서 토스뱅크가 운 좋게 예비인가를 받았어도 비바리퍼블리카는 다시 VC 3사에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였다.
한화투자증권이 뒤늦게 합류해 250억원의 출자를 약속했지만 이들은 토스뱅크의 ‘구원투수’가 될 수는 없었다. 같은 그룹 내 한화생명보험이 케이뱅크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자본 확충에 주도적으로 나서긴 어려워서다. 증자에 참여하더라도 지분율 9.9%인 현 수준을 유지할 공산이 컸다.
이에 비바리퍼블리카 측도 VC 측 요구조건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토스뱅크가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까진 알토스벤처스의 공이 컸다. ‘캐롯손해보험’을 합작한 한화그룹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은 물론 직방,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도 사업 제휴를 이끌어냈다. 직방과 우아한형제들 모두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전력이 있다. 비록 참여는 무산됐지만 막판까지 두 스타트업이 출자를 고민했던 것은 이러한 인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중심의 사업구조는 토스뱅크의 발목을 잡았다. 당국으로부터 투자금의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특히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내부적으로 3년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자 VC 3사는 실패 시 약 20%의 이자와 함께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조항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국은 이 조항이 장기적으로 은행의 존립을 흔들 수 있다고 봤고 끝내 예비인가 신청을 불허하기에 이르렀다. 지배주주의 자격과 자금조달 안정성 이슈를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토스뱅크가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똑같은 지적이 계속 따라붙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국은 토스뱅크의 지속적인 출자능력에 강한 의구심을 표시하며 3분기의 심사에서도 엄격한 심사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토스뱅크가 재도전에 나서려면 VC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게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을 국내에서 조달했는지, 해외에서 조달했는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면서 “영업이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도록 얼마나 안정적인 자본조달 능력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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