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국감서 ‘DLF 사태’ 질타DLF 피해자 증언에 정치권 한목소리“사후관리 급급···면책 말아야” 지적도 함영주 “책임지겠다···‘자료삭제’ 몰라”윤석헌 “DLF는 도박···금융사에 책임”
이 가운데 우리은행 DLF 가입으로 손실을 입은 소비자가 국감장에 나와 피해 과정을 진술하자 정치권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21일 함영주 부회장과, 장경훈 대표, 정채봉 부행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핵심 책임자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정무위가 뒤늦게 이들 세 사람을 국감 증인으로 추가 채택하면서다.
우리은행장을 겸직하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의 출석은 불발됐지만 ‘DLF 사태’ 이후 은행 경영진이 처음으로 증언에 나선 것이라 금융권의 관심은 온통 국감장으로 쏠렸다.
그 중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인물은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다. KEB하나은행에 금감원 검사 전 ‘DLF 자료 삭제’ 논란이 제기됐고 해당 상품을 판매한 시기(1~3월)가 그의 행장 재임 기간(3월 퇴임)과 겹쳐있어서다.
먼저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금감원의 중간 검사 발표로 드러난 KEB하나은행의 내부통제 계를 문제 삼았다. 이어 ‘자료 삭제’ 의혹과 관련해서도 불완전판매를 감추고자 고의로 파일을 지운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하나은행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면 곤란한 내용을 삭제했고 이를 조직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측도 검사로 드러난 정황을 공개했다. 김동성 은행담당 부원장보의 발언을 종합하면 하나은행은 지성규 행장 지시로 ‘두 차례’에 걸쳐 DLF 전수조사를 펼쳤으며 검사에 앞서 이를 삭제했다. 손해배상을 위해 작성한 서류였는데 검사에서 그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 고의로 은닉했다는 게 금감원 측 결론이다.
이와 관련 함영주 부회장은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불완전판매 일부 인정한다”면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100% 보상도)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영주 부회장은 관련 의혹엔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지주로 옮기고 난 이후의 일이라 삭제 여부와 문서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해명이다. 그는 “언론을 통해 인지했고 누가 왜 삭제했는지는 알지 못한다”면서 “금감원이 면밀히 조사 중이며 은행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장 실무자에게 ‘DLF 사태’의 책임을 몰아서는 안된다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엔 “은행에서 영업을 해온 사람으로서 잘 안다”면서 “판매 직원의 아픔도 보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함 부회장은 “경영진에 분명히 도의적 책임이 있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감 중엔 DLF 피해자가 원금 회복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가사도우미 일을 한다는 A씨는 지난 3월 우리은행 위례지점에서 독일 국채 연계 상품에 가입했다가 투자금(1억원)의 63.5%를 잃은 상태다.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이 없을 것이라며 은행 부지점장에게 가입을 권유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00% 원금 손실’을 언급했다면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은행과 부지점장이 원망스럽다고도 했다.
그러자 함께 출석한 장경훈 대표와 정채봉 부행장으로도 화살이 쏟아졌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자산관리체계 혁신안을 내놓은 KEB하나은행에 “항상 우리은행보다 한 발 늦다”면서 “금융투자자 감수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같은당 제윤경 의원은 우리은행을 향해 “KEB하나은행과 달리 계량화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면서 “손실 확정되고 사후관리 한다는 게 대책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혁신안이 상대적으로 추상적이라는 얘기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두 은행의 임원이 돌아가서 면책하기 위한 논리나 궤변을 만들어선 안된다”면서 “IMF 때 수조원을 국가에서 받은 은행이라면 당국이 내린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채봉 부행장은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못한 데 뼈저리게 생각한다”면서 “금융산업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장경훈 대표도 “투자자에게 죄송스럽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의 뜻을 표시했다.
이들의 국감 증언은 마무리됐지만 DLF 관련 금감원 분조위가 임박한 만큼 추후 책임 소재와 은행의 보상 비율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국가 경제에 도움되는 게 없는 일종의 ‘갬블(도박)’같은 상품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금융회사가 보상을 해야 하고 소비자 보호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DLF 사태는)내부통제 취약성이 결정적이었다”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소비자 보상으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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