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90억→작년 40억원···전체 과징금도 25%↓“과징금만으로 평가 하는 것 업무의 본질 모르는 것”환금액 커질수록 공정위 업무역량 떨어진다는 지적도
과징금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커 공정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징금 실적만으로 전체 성과를 평가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7일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1∼11월) 기업집단국이 부과한 과징금 액수와 건수는 40억8800만원, 29건으로 조사됐다. 전년 전체 부과액(390억5100만원·10건)보다 89.5% 줄었다. 작년 비교 기간이 1개월 짧은 점을 고려해도 급감 현상이 뚜렷하다는 게 이 의원실의 주장이다.
김상조 전 위원장 취임 직후인 2017년 9월 설치된 기업집단국은 삼성·SK·한진 등 주요 대기업집단의 새로운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나섰다. 설치 후 1년 동안 19개 사건을 처리해 과징금 총 396억9000만원을 부과했고, 11개 법인과 13명(총수 일가 4명 포함)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의 경우 기업집단국의 과징금 실적을 두고 ‘재벌개혁의 선봉장’ 평가가 무색하다고 평가했다.
공정위 전체로도 지난해 과징금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공정위 전체가 부과한 과징금은 2941억7600만원(335건)으로 전년(3873억4900만원)보다 24.1% 줄었다. 건수 기준 감소율은 47.6%였다.
담합 사건 등을 조사하는 카르텔조사국 과징금 건수와 액수(2428억5900만원·226건)가 전년과 비교해 각각 56.8%·22.1%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전년보다 과징금 부과 실적이 나아진 부서는 시장감시국·부산사무소뿐이었다.
그러나 공정위가 제도 개선 등을 끌어내는 각종 정책도 펼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를 통한 과징금 실적만으로 전체 업무의 성과를 평가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작년에 큰 사건이 별로 없었으며 일부 규모가 큰 사건의 경우 절차적 문제 때문에 전원 회의 상정이 미뤄진 측면도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순차적으로 전원 회의에 상정돼 올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징금 액수만을 가지고 전년도와 비교해서 업무평가를 하는 것은 공정위 업무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는 연도에 따라 편차가 크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부과된 과징금은 8043억8700만원이었으나 2015년에는 5889억5900만원으로 2000억원 이상 줄었다. 2016년에는 다시 8038억5200만원까지 늘었고 퀄컴의 시장지배적 남용으로 1조300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반영된 2017년에는 과징금 규모가 1조3308억2700만원까지 불었다.
공정위 내에서 최종 과징금을 부과할 시 전원회의 위원들이 논의해 결정하게 된다. 무리하게 과징금을 부과하면 추후 소송 등에서 패소해 과징금을 환급해야하는데, 과도한 행정권 남용을 방지하는 게 공정위의 역할이기도 하다.
공정위가 잘못 거둬 돌려준 과징금이 커질수록 공정위 업무역량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게 그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 2020년도 정무위원회 예산안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공정위 과징금 환급액이 매년 1400억~3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과징금 2238억9800만원을 부과했다가 환급한 액수는 2155억7800만원으로 비율로는 96.28%에 달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가 ‘건수 올리기 식 조사’가 돼서는 안 된다”며 “과도한 실적주의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과세나 불공정 거래 행위 조사는 철저하게 시스템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징금을 얼마나 부과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업들의 잘못된 부분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분석하는 게 공정위의 제대로 된 역할이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joojoosk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