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54명 꾸렸지만 인원 태부족밤 12시 퇴근 기본···주말 출근 일상화지원자 ‘문전성시’인데 투입 오래 걸려재벌개혁 기대감에 직원들 부담 가중
“식당을 왜 이리 멀리 잡았어요. 걸어오니라 혼났네요” 투덜거리는 기자의 말에, “점심을 억지로라도 좀 떨어진 곳에서 먹지 않으면 걸을 시간이 없네요. 운동할 겸 좀 걸으려고... 호수도 보이고 힐링되고 좋지 않나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현재 기업집단국 사무실은 세종정부청사 밖 세종 1번가와 마치상가 사이 단국대치과병원 건물인 4층에 마련됐다. 세종1번가와 마치상가 내에는 각종 식당과 커피숍들이 즐비해 있는데도 불구, “한참 떨어진 세종국립도서관까지 약속장소를 잡았지” 의아했던 게 좀 이해가 됐다. 공정위 공무원들의 과대한 업무량을 어느 정도 들어온 지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기업집단국은 공정위 국단위 조직개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54명으로 꾸려졌다. 기존 기업집단과 11명과 비교하면 43명이나 늘어나 ‘매머드급’이다. 재벌개혁을 담당할 부서 강화에 대한 김상조 위원장의 의지가 읽혔다. 그러나 이 고위 공무원의 얘기를 듣자하니, 알려진 것과 달리 업무량에 비해 아직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다는 것이다.
기업집단국은 출범 전부터 공정위 특수부라 불리며 조직 내 최고 중요 부서로 등극하며 대대적 역할 확대를 예고했다. 조사국 역할이었던 내부거래 조사에만 그치지 않고 지배구조 등 대기업 정책 전반을 아울러야 한다. 당장 이번달부터 시작되는 대기업집단의 공익재단 전수조사를 시작으로 지주회사 실태조사, 대기업 총수 일가·일감 몰아주기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다.
그는 “매일 밤 11, 12시 퇴근이 기본이며 주말 출근 역시 일상화됐다”면서 “기업집단국 특성 상 사건, 조사, 심판 등 보고서 등을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하며 업무 자체가 복잡하고 다양해 일이 방대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인원이 54명인데 4명은 교육 들어가서 아직 투입이 안 된 상태로 아직도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더 충원시켜 준다고는 하는데 언제 될지 몰라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푸념했다.
“지원자가 많다고 들었는데요?”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지원자는 많다고 들었다. 지원자 받고 검토하고 본부처 허락 받고... 절차가 좀 긴 것 같다”면서 “꼭 지원한다고 해서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각 부서도 자기네 위상이 있기 때문에 못 가게 붙잡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정위 공무원은 최근 1년간 평균 293.9일을 일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 기간 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을 제외한 근무 일수는 249일로, 남들이 쉬는 동안 평균 45일을 일한 셈이다. 특히나 기업집단국은 새로 신선될 부서인데다, 기대가 큰 만큼 직원들의 부담감도 클 것이라 생각됐다.
식당을 나와 걸으며 이 공무원은 “하이트진로 심의, 공익재단 전수 조사 등 12월 중 처리할 일들 많아서 빨리 직원 충원을 해 줬음 좋겠다”면서 “사무실에 앉아 있다 쑥 둘러보면 직원도 몇 명 없고 휑한데다, 건물도 병원이라 벽이 너무 새하얘서 가끔 무섭기까지 하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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