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준 대표, 국내 최대 헤지펀드로 키워환매중단 선언으로 숨겨진 부실 드러나증권사와 짜고 수익률 조정 논란도 나와폰지사기 의혹 제기되며 인가취소 위기
라임자산운용은 설립된 지 7년 만에 사모전문운용업계서 1위로 올라서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작년 7월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를 편법 거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환매 중단 사태까지 일으키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원종준 대표가 2012년 창립한 투자자문사에서 시작해 2015년 전문 사모운용사로 전환됐다. 헤지펀드의 매매 기법인 롱숏에 특화된 회사로 소문나며 성장하기 시작해 2018년 4월 운용자산이 2조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전문 사모운용사 중 수탁액 1위로 올라섰다.
또 라임자산운용은 대체자산, 무역금융, 매출채권, 코스닥벤처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작년 7월말에는 수탁액이 5조8747억원으로 6조원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금투업계에서 단기간에 자리 잡았지만 ‘파킹거래’, ‘부실 자산 매각’ ‘좀비기업 투자’ 등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파국의 시발점을 맞았다. 특히 원금 상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고가에 판매하고 코스닥 한계기업에 투자했다는 의혹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라임 사태로 ‘좀비 리스트’로 불리는 라임자산운용 피투자기업들은 주가 폭락과 자금조달 무산에 고통을 겪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의 수상한 거래는 작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스닥 게임업체인 파티게임즈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지 1주일 만에 라임자산운용은 대형 증권사들을 통해 4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아이엠지인터내셔널 엘씨인터내셔날 등에 넘겼다. 이들은 각각 자본금 1000만원인 화장품 도매업체로, 거래정지된 파티게임즈 BW를 권면총액 수준에 사갔다.
또 올해 2월에도 라임자산운용은 상장폐지 이슈가 발생한 바이오빌 CB를 장외업체에 넘겼다. 부동산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 등은 부실이 발생한 250억원 규모 CB를 225억원(할인율 10%)에 매입했다. 이 회사는 한 달 뒤인 3월에 폴루스바이오팜 CB 110억원어치도 매입했다. 하지만 메트로폴리탄씨앤디가 매입한 70억원어치 CB(25회차)는 한 달도 되지 않아 원금상환 불이행에 따른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라임자산운용의 한계기업 CB 거래는 이 외에도 또 있었다. 최근에는 한류타임즈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기 한 달 전인 지난 5월 말에 50억원 규모 CB를 한류AI에 넘기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이 국내 증권사와 사들인 CB만는 현재 수십 개에 이른 것으로 조사된다. 제이씨케미칼, 지투하이소닉, 한류타임즈, 팍스넷, SG, 슈펙스비앤피, 에너전트, 동양네트웍스, 네패스신소재, 디에이테크놀로지, 리드, 블러썸엠앤씨, 폴루스바이오팜, 범양건영 등인데 주로 코스닥 한계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업계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라임자산운용이 대형 증권회사를 끼고 펀드에 편입된 CB를 거래하는 식으로 수익률을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이른바 ‘신종 CB 파킹거래’를 통한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아니냐는 논란이다.
이 중 ‘파킹거래’란 채권 펀드매니저들이 보유 한도를 맞추기 위해 소속 운용사가 아니라 다른 증권사 명의로 채권을 매수한 뒤 수수료를 지급하는 편법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 파티게임즈, 바이오빌 등 상장폐지 이슈가 터진 기업 CB는 장외업체에 넘겨 손실을 피하기도 했다는 의혹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를 문제 삼아 조사에 착수했다.
라임의 피투자기업들의 주가가 지속 떨어지자 펀드 가치가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으며 펀드 수익률 또한 하락했다.
라임자산운용은 결국 작년 10월 지난 10월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을 막기 위해 일부 펀드(8500억원 규모)의 환매를 중단했다. 당시 원종준 대표 등 라임 측은 “담보로 잡은 채권 등이 있기 때문에 환매가 늦어지는 것일 뿐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환매가 중단된 펀드 자금이 투자된 미국 헤지펀드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미국 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최소 수백억원의 투자금 손실 가능성까지 불거지게 됐다.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 IIG는 무역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펀드다. IIG는 A사의 공장 설비·부동산·대주주 지분·원자재 등을 담보로 잡고 A사가 철광석으로 제품을 생산해 이익을 내면 꿔준 100억원을 이자와 함께 돌려받았다. 그런데 실제로는 꿔주지도 않은 돈을 빌려준 것처럼 속이고, 다시 이 돈을 받은 것처럼 실적을 부풀려 장부에 허위로 기재한 것이 미국 감독 당국에 들통 난 것이다.
또 라임자산운용은 환매가 어려운 메자닌과 사모사채 등에 투자하면서 문제가 됐다. 메자닌 상품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금융상품을 말하고, 사모사채는 공개모집 형식을 취하지 않고 특정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판매하는 회사채를 말한다. 문제는 앞서 라임이 상장폐지 이슈가 있는 부실 기업들에 투자했다는 데 있었다.
라임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이자, 사모펀드 성장세 또한 주춤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최근 석 달 동안 300개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설정액 또한 1조4000억원이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금투업계에서는 라임 사태가 ‘제2의 DLS(파생결합증권) 사태’로 비화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기기로 한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최고 징계인 인가취소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사가 단순 투자 실패가 아닌 고의적인 사기 행위를 했고, 그 손실금액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라임자산운용은 최고 제재인 인가취소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만일 인가가 취소되면 라임자산운용 펀드는 환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과 협의해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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