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이날 면세업계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재고 면세품을 수입통관한 뒤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단,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장기재고에 한해 허용된다.
면세품은 수입 통관을 거치지 않은 상품으로 관세법상 특례구역에서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동안 재고는 폐기하거나 공급자에게 반품하는 것만 가능했다. 면세품이 일반 유통경로를 통해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세청은 이번 조치로 면세점이 과다 보유하고 있는 장기재고의 20% 소진을 가정할 경우 추가적으로 약 1600억원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한국면세점협회와 주요 면세점들은 이달 초 관세청에 면세물품의 국내 통관이 가능하도록 보세물품 판매규정 완화를 건의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기준 입출국 여행객이 93% 감소했고, 면세점 이용객도 뚝 떨어지면서 매출이 급감한 데다 재고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3월 국내 면세점 방문객은 총 58만7879명에 불과했다. 이는 2월 방문객 175만4000여명보다도 66.4% 줄어든 것이고, 전년 동월보다는 85.7% 줄어든 수치다. 매출은 1조873억원으로 2월보다는 1.3%, 1월보다는 46.2% 감소했다.
면세업계는 관세청의 조치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줘 고맙다”며 “재고 소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도 “관광객이 줄어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재고 상품 판매로 영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면세점 재고물품의 실제 시중 판매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가 전례가 없는 것이다보니, 판매 방식과 채널, 세금 부과, 가격 책정 등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아울렛 등에서 면세점 재고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각 업체와의 협의는 물론 브랜드 운영업체와의 논의도 필요하다.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면세점과 백화점에 납품하는 업체가 달라서다. 대표적으로 ‘루이비통’의 경우 시중에는 루이비통코리아가, 면세점에는 부루벨코리아가 납품하고 있다.
가격 책정 과정도 진통이 예상된다. 면세점 재고물품은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친 후 유통되기 때문에 면세 된 가격이 아니라 관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붙여야 한다. 여기에 이 가격이 기존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과 지나치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판로, 가격 책정 등 세부시행규칙을 빠르게 정해야 혼선을 방지하고 업계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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