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 大法 ‘신의칙’ 불인정2019년 한진重 임금 청구 소송서 불인정향후 통상임금 소송·임금 협상에 쟁점화
이번 판단의 핵심 근거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다. 신의칙이란 권리 행사, 의무 이행에 ‘신의’를 강조하는 민법 2조 1항의 원칙이다. 추가 수당 지급으로 기업에 경영상 어려움이 생긴다면 정의·형평 관념에 비춰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근로자 고모씨 외 3531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아차 노조는 2011년 10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법정 제수당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생산직 노동자의 정규 근무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중 10~15분 부여되는 휴게시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토요일 근무가 휴일근로에 해당하고 원고가 소송절차에서 통상임금 포함 급여항목을 추가해 청구금액을 높였더라도 소 제기 당시 청구한 미지급 법정수당 전부에 소멸시효 중단 효력이 발생한다고 봤다.
기아차 노동자들의 청구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노동자가 이 사건을 청구했다고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오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번 기아차 소송 패소와 함께 지난해 대법은 한진중공업 노동자 36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반한다’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김씨 등은 2008년 단체협약·취업규칙에서 정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법정수당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노사 합의는 무효라며 미지급된 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판부는 ‘통상임금 신의칙’ 원칙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매년 적자를 봤더라도 매출액·현금성 자산 등에 비춰 회사가 재정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한진중공업이 부담해야 할 추가 법정수당은 5억원 상당으로 연 매출액 5조~6조원의 약 0.1%에 불과하며 매년 보유하는 현금성 자산도 800억원 상당(2015년 기준)으로 한진중공업이 부담해야 할 추가 법정수당의 약 160배라는 설명이다.
이에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해 한진중공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는 신의칙에 대한 대법원의 기조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며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새로운 임금 체계를 마련하는 기업들에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며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기업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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