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재정준칙 고심···9월 중 발표 예정OECD 중에 한국·터키만 없어 필요성 제기통합당, 국가채무 45% 이하로 상한선 주장“韓 채무비율 낮아, 아직 재정 건전” 주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집중호우 피해로 인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계속 투입되면서 국가 재정이 어려워졌다. 덩달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도 올라갈 전망이다. 이에 재정준칙을 세워 일정 수준 이하의 채무비율을 유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재부는 9월 중에 재정준칙을 공개하기로 했다.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재정수지나 지출, 국가채무 등 재정 총량에 목표 수치를 정해 이를 지키도록 하는 기준을 말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에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재정준칙을 갖고 있다.
재정준칙을 놓고 쟁점이 생긴 부분은 강제성 문제다.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일정 수준 이하의 채무비율을 갖도록 정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보수진영에선 강제적인 기준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정부와 진보진영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내심 ‘선언적 조항’을 법에 넣는 수준으로 강제성을 없애고자 한다.
보수진영은 21대 국회를 시작하면서 재정준칙 도입을 위해 법안도 제출했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GDP의 3%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송언석 통합당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정부가 추정하는 2020년도 채무비율은 43.5%다. 한국의 채무비율은 2016년 36%, 2017년 36%, 2018년 35.9%, 2019년 38.1% 등으로 상승하고 있다.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치면서 국가 부채를 늘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통합당은 “재정을 펑펑 쓴 청와대의 헤픈 씀씀이로 막상 물난리에도 추경 카드를 꺼낼 수 없는 지경”이라며 “막대한 부채를 다음 정부와 자식 세대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대로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당연하고, 오히려 재정을 적게 투입하고도 높은 성과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9일 SNS에 글을 올려 “정부도 국가채무 절대규모는 상당히 여력있는 상황일지라도 적어도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경계했다”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재정투입으로 가장 선방하는 성과를 올린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측에선 한국의 채무비율이 낮다는 주장을 한다. 지난 6월 3차 추경에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은 OECD 평균보다 낮다”고 밝혔다. 실제 2018년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중앙·지방정부 및 비영리 공공기관 채무를 더한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은 회원국 평균 109.2%이며 미국 106.9%, 프랑스 122.5%, 일본 224.1%인 반면 한국은 40.1%였다.
이처럼 정부가 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재정준칙을 선언적 조항으로 정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합당의 주장처럼 일정 비율을 정해놓으면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는 국회에서 재정준칙에 관한 질문을 받고 “준칙 때문에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할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고민”이라고 밝혔다. 재정이 경기부양을 위해 확장적으로 쓰일 때가 있는 만큼, 기준이 있으면 활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부채비율의 상한선을 정하는 문제는 기재부가 재정준칙을 마련해 공개하면 국회에서 여야 간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확장적 재정 정책을 추구하고 있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xpressur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