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로 배정받은 구주주 신주인수권 매도대한항공·㈜한진 유증 불참 수익, 2800만원 그쳐‘경영 복귀 의지 없다’ 명분 강조위한 전략으로 해석현금 동원력 약화···실익 없어 건너뛴 것이란 의견도
26일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가 유상증자를 완료했거나, 현재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지난 5월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목표 현금은 9999억9999만원으로, 채무상환 자금으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뜨거운 시장 반응에 최종 발행가액이 높아졌고, 조달 금액은 1조1269억원으로 늘었다.
최대주주 한진칼을 비롯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오너가도 유상증자에 적극 동참했다.
조 회장과 조 전무는 각각 대한항공 신주인수권 6003주를 받았고, 이 고문은 1만804주를 소화했다. 확정 발행가액은 주당 1만4200원이었다. 조 회장과 조 전무는 8524만원씩을, 이 고문은 1억5342만원을 투입한 셈이다. 오너가 3인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출자한 금액만 3억239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배분받은 신주인수권을 곧바로 매도했다. 조 전 부사장은 신주인수권증서 6003주를 주당 3570원에 처분했고, 2143만원의 이득을 봤다. 보유 주식은 종전과 동일한 3140주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이 현재 실시하는 108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조 회장과 조 전무는 ㈜한진 구주주에게 배정된 신주인수권 794주씩 받았다. 확정 발행가액은 3만6450원으로, 모두 소화하려면 각각 2900만원이 필요하다. 조 회장과 조 전무는 배정분을 그대로 유지해 지분율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한진 신주인수권증권 794주를 주당 8050원에 팔았고, 639만원의 현금을 챙겼다.
진에어는 오너 개인이 보유하는 주식이 없기 때문에, 구주주 신주인수권이 배분되지 않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계열사 유상증자에 불참한 속내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우선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참여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불거진 ‘땅콩회항’ 이후 3년 4개월간 경영에서 물러나 있다.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로 잠시 복귀했지만, 막냇동생 조 전무의 ‘물컵논란’이 점화되면서 한 달여 만에 다시 퇴진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작년 4월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경영권은 조 회장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조 회장의 공정거래위원회 동일인 지정을 놓고 가족간 불협화음이 새어나왔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연말 경영복귀가 무산되자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경영권 공격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외부 세력과 연대하게 된 이유로 ‘오너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했다. 자신 역시 경영에 복귀할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분쟁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등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경영 본심을 숨기고 있다는 공격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또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경영권만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계열사 지분이 가지는 의미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전 부사장이 계열사 2곳의 유상증자 불참으로 얻은 수익은 약 28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이를 감안할 때 유동성을 이유로 유상증자를 건너뛰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금 융통이 쉽지 않은 만큼, 실익이 없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후 6년간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연간 배당으로 약 13억원 가량을 벌고 있다.
지난 6월 기타 개인에 한진칼 주식 0.49%(29만2740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내역을 보면, 조 전 부사장의 자금 융통이 쉽지 않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당시 계약내역을 살펴보면, 25억원을 2년 만기로 빌렸다. 이자율은 6.8%이고, 담보유지비율은 700%다.
은행권 주식담보대출은 담보가치의 50~70%를 융통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출계약 전날 종가는 8만1700원으로, 조 전 부사장이 맡긴 담보의 가치는 239억원이다. 은행권에서 빌렸다면 최대 170억원을 빌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담보가치의 10분의 1 수준인 25억원을 빌리는데 그쳤다. 통상적이지 않은 계약을 맺은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은 대출을 받은 지 2개월 만에 이 계약을 해지했고, SK증권과 신규 대출 거래를 텄다. 대출 금액은 25억원으로 동일하지만, 담보로 맡긴 주식은 당초보다 5분의 1 수준인 6만3459주다. 이자율과 담보유지비율도 3.9%, 140%로 정상 범위에 들어왔다.
3자 연합 중 유일하게 한진칼 지분율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현금력 약화의 증거로 부각된다.
3자 연합이 결성된 올해 1월 말 32.06%이던 총 지분율은 현재 45.23%(보통주 기준)다. 한진칼 신주인수권증서를 포함하면 46.71%로 늘어난다. KCGI와 반도건설은 한진칼 주식을 꾸준히 매입한 데 이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대량 확보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1년 전과 동일한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추가 매수 등의 움직임은 전무하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지분율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자금력 부족으로 지분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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