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실손 15~17%·표준화 10~12% 인상보험업계 20% 인상 요구 수용 안돼130%대 손해율에도 인상 자제 압박보험료 더 내야하는 소비자도 부담
금융당국은 내년 7월 보험료 할인·할증제를 적용한 ‘4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보험료가 오르게 된 소비자와 정상적인 상품 운영이 어렵다는 보험업계 모두 부담을 떠안게 됐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보험업계가 요구한 실손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의견을 비공식 전달했다.
금융위는 보험업계가 요구한 인상률에 대해 2009년 10월 실손보험 상품 표준화 이전 판매된 구(舊)실손보험은 80%, 표준화 이후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은 60%를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4월부터 기본형과 3개 비급여 특약을 분리해 판매된 신(新)실손보험에 대해서는 보험료 동결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보험 가격 자율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금융위의 의견은 보험료 조정에 대한 실질적 지침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구실손보험은 15~17%, 표준화 실손보험은 10~12%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전체 실손보험의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10~11%로, 보험업계가 요구한 평균 보험료 인상률 21%의 절반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올해 연간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이 13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면 20%대 인상률을 요구해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3분기(1~9월)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0%다. 지난해 위험손해액은 2조8000억원, 위험손해율은 133.9%였다.
실손보험은 일부 의료기관과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과잉진료와 비급여 의료비 증가 등에 따라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해야 한다며 20%대 인상률 책정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업계는 지난해에도 최고 20%대 실손보험료 인상을 추진했으나, 금융당국의 인상률 완화 압박에 따라 9~10% 수준으로 인상률로 낮췄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실손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가입자가 3800만명이 되다 보니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같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 크다”며 “보험업계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보험료를 결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정상적인 실손보험 상품 운영이 어렵게 됐다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적자폭이 보험료 인상률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계속되는 금융당국의 가격 규제로 인해 내년에도 정상적인 실손보험 상품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보험업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낮춰졌지만 당장 보험료가 오르게 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특히 매년 실손보험료를 내고도 보험금을 받은 적이 없는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약 66%는 보험금을 전혀 청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료 할인·할증제를 적용한 4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내년 7월 신규 가입자부터 해당된다.
보험료 상승의 주된 원인인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4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표준화 실손보험 대비 50%, 구실손보험 대비 70%가량 보험료가 낮아진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경우 계약 전환을 통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의료 이용량 등에 따라 전환을 꺼릴 수도 있다.
현행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은 급여 10~20%, 비급여 20%지만, 4세대 실손보험은 급여 20%, 비급여 30%로 상향 조정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의 가격 현실화로 자기부담금에 따른 보험료 차이가 부각되면 내년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 도입 취지가 더욱 부각됐을 텐데 아쉽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jk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