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과 지분 공동보유 파기···선전포고숙부들간 형제의난 발발때 박삼구 편 섰다 갈등박 회장 품어줬지만 2010년 항의서한 보낸 전적작년 임원인사서 승진 누락, 경영권 분쟁 불지핀듯최대주주, IS동서 등 외부세력 결탁···지분격차 작아명분 없다는 지적도, 박 회장 경영실책 없고 호실적
박철완 상무는 개인 최대주주라는 점을 무기로 박찬구 회장을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부세력과의 결탁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분쟁 명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철완 상무는 전날 기존 대표보고자인 박찬구 회장과의 주식 공동보유관계가 해소됐다고 공시했다. 더이상 박찬구 회장 편이 아니라는 ‘선전포고’를 날린 셈이다.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 별세 이후 오너가 2세 형세들은 공동경영 기조를 따라왔다. 고 박성용 전 회장은 1984년 2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형제들이 자산을 공동 분배하고 지분도 똑같이 나누자고 약속했다. 이 시기에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은 이중 지주사격 체제를 그렸고, 형제들은 모두 각사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하며 특별관계자로 묶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형제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고 박성용-고 박정구-박삼구 순으로 경영 승계가 이어진 상황에서 박찬구 회장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박찬구 회장은 바로 윗형인 박삼구 전 회장이 자신이 아닌 아들인 박세창 금호산업 사장에게 그룹을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봤다.
박찬구 회장은 형제간 승계 전통이 깼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금호산업 지분을 매도하고 금호석화 지분을 늘려갔고, 2010년 계열분리를 마쳤다.
박철완 상무는 숙부들 간의 ‘형제의 난’이 최초 발발했을 때 박삼구 전 회장 편에 섰다. 박철완 상무 측은 박삼구 전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신, 아시아나항공을 맡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에 강한 애착을 가지던 박삼구 전 회장이 이를 거절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박철완 상무는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도하며 금호석화에 남았다.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의 사이가 평화롭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박철완 상무는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박찬구 회장의 독단경영에 대해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 박찬구 회장이 부친 측근이자 자신의 지지기반이던 이서형 당시 금호석화 사장과 공동경영을 하지 않는다는게 이유였지만, 그의 주장은 묵살됐다.
박철완 상무는 이후 10여년간 금호석화에서 비교적 조용히 지냈지만, 그룹 내에서는 여전히 요주의 인물로 분류돼 왔다. 박찬구 회장은 자신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와 박철완 상무를 동등하게 대우했다. 특히 형제의난 후폭풍을 몸소 겪은 만큼, 오너 3세들에게는 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난해 임원인사를 기점으로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준경 전무는 상무 7년차 만에 승진한 반면, 박철완 상무는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화 측에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추천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전체 7명 중 4명인데, 자신의 우군이 될 만한 인물을 이사회에 합류시키겠다는 의도다.
재계에서는 박철완 상무의 분쟁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박찬구 회장의 두드러지는 경영실책이 없을 뿐더러 금호석화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석화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전무, 박주형 상무 등 오너가와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14.87%다. 박철완 상무는 10%를 보유하고 있다. 기타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8.16%)이 있다.
중견 건설회사 IS동서가 최근 금호석화 지분을 대량 매집한 것을 두고 박철완 상무가 외부세력을 끌어들였다는 추측이 나온다. 권혁운 IS동서 회장의 아들인 권민석 대표와 일부 임원 등은 1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분율로는 3~4% 수준이다. 이를 박철완 상무 우군으로 본다면, 양측간 지분격차는 3%포인트대로 추정된다. 박철완 상무에 불리한 조건은 아니다.
결국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표심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갈리게 될 전망이다. 박철완 상무가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점도 이를 염두에 둔 작업으로 풀이된다.
내부 지지기반이 단단하지 못하다는 점은 큰 약점이다. 금호석화 현 주요 경영진은 박찬구 회장의 측근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더라도, 외부 세력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박철완 상무가 주로 해외 영업을 담당해온 만큼, 그룹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며 “박철완 상무가 시장의 인정을 받을 만한 경영성과가 없고, 자신을 거둬준 박찬구 회장을 배신했다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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