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1위 셀트리온 한 달간 587억 순매도시총 톱10 8개 종목도 모두 2조원 넘게 팔아일각선 삼성과 모종의 음모설 거론하며 비판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지난 한 달간(3월 22일~4월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총 3조603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조7847억원, 2조2035억원씩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연기금은 코스피 시가총액 톱10 가운데 8개 종목에 대해 매도포지션을 취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1조4562억원 팔아치운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4153억원), 네이버(-3472억원), LG화학(-15억원), 카카오(-1176억원), 현대차(-955억원) 등 대부분의 우량주들을 순매도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거래는 같은 바이오 업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다. 연기금은 지난 한달간 셀트리온 주식을 587억원 순매도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92억원이나 사들였다. 시총 상위주 가운데 연기금이 매수포지션을 보인 건 삼바와 삼성SDI(310억원)뿐이다.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맞춰야 한다던 연기금이 삼바는 왜 사들인걸까. 증권가는 삼바의 목표주가를 100만원까지 올리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삼바의 모멘텀은 단기 실적이 아닌 현재 건립 중인 4공장에 달려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삼바의 4공장은 내년 말에서 2023년초 사이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로 인한 CMO 수주 수혜 등의 효과는 하반기부터 본격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3공장 가동률 상승로 레버리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모든 공장이 풀가동하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이익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연기금이 삼바 주식을 매수한 것을 두고 문제로 지적하긴 힘들다”며 “주식 보유 비중 등 자체적인 투자기준에 맞춰 매수포지션을 가져가는 것일 뿐, 특별히 색안경을 끼고 볼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동학개미들은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셀트리온 대신 삼바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삼바는 지난해 매출액 1조1647억원, 영업이익 292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491억원, 7121억원에 달했다. 셀트리온의 매출액은 삼바의 약 1.5배, 영업이익도 두 배 이상 더 많은 셈이다.
차익실현 관점에서 봐도 연기금의 포지션에 물음표가 붙는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3월 폭락장 당시 13만6008원까지 떨어진 뒤 현재 115.43%(29만3000원)까지 회복했다. 삼바는 같은 기간 35만2000원에서 133.52% 급등한 82만2000원까지 올랐는데, 수익을 내려면 오히려 삼바를 파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기금의 삼바 주식 매수는 투자의 기본전략인 ‘리스크 헷지’와도 거리가 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1년간 삼바의 분식회계 혐의를 수사했고,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 중인 1심 재판결과에 따라 삼바의 주식거래가 정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연기금의 과도한 삼바 사랑이 제2의 삼성물산 사태로 이어지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작업 중인 삼성그룹과 연기금이 유착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바 주식을 비싼 값에 팔아야 삼성전자 지분을 매수할 실탄이 마련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바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다른 주식은 다 팔면서 분식회계 재판을 받고있는 삼바만 과도하게 매수하는 건 공적 연기금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삼성물산 사태 때도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쳤는데, 삼성과 연기금이 무슨 관계인건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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