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력·자금력 뒤처진 개미...공매도 수익 기대 어려워형식적 사전교육에 의무상환 기한·담보비율도 ‘불공정’불법 사전적발 못 한다는 금융당국...신뢰회복 의지있나
공매도 재개와 함께 개인투자자의 참여기회가 확대되자 금융당국에 대한 동학개미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자금력과 정보력에서 한참 뒤처져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수익을 내긴 쉽지 않아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친답시고 내놓은 대책이 되레 동학개미들의 피해만 키우진 않을지 우려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그간 국내 공매도 제도는 외국인과 기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개인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시장 과열을 막는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우리 시장에선 룰이 공정하지 않아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엉뚱하게도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동안 참여가 어려웠던 개인투자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형평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03조4900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은 약 99%였다.
일단 개인의 공매도 기회를 확대시킨 것부터 납득이 되질 않는다. 투자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일반적인 개미들이 공매도로 수익을 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일반 주식시장에서도 승률이 높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일반 주식투자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을 대여받은 당일 하한가에 매도해 상한가로 마치고 그 다음날도 상한가를 친다면 손실액은 투자원금을 넘어서게 된다. 또 매도 주식의 가격 변동으로 담보유지비율이 일정비율 이하로 하락할 경우 담보의 추가납입이 없으면 증권사의 임의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그런데도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뛰어들 수 있는 조건은 금융투자협회의 사전교육(30분)과 한국거래소의 모의거래(1시간) 이수가 전부다. 초보 투자자의 투자한도는 3000만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금융당국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부적인 방안을 들춰보면 ‘형평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던 정부가 맞는지 실망감만 더 커진다. 기관과 외국인은 사실상 무기한으로 공매도할 수 있지만, 개인은 60일 이내에 의무 상환해야 한다. 형평성을 위해 개인 공매도를 확대했다면 외국인과 기관도 의무 상환기한이 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정보력이 떨어지는 개인이 60일 이내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담보비율도 개인보다 훨씬 낮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40%에 달하지만 외국인·기관은 105%에 불과하다. 특히 자기 자금 안에서만 공매도가 허용된 개인과 달리 기관과 외국인은 증거금 없이도 수십 배의 공매도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또 기관과 외국인의 불법 차명계좌가 개인 공매도에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인 공매도를 확대했으면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뿌리 뽑을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할텐데 이마저도 기대에 못 미친다. 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대차거래의 100% 전산화로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적발해달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과속 카메라로 과속차량을 ‘사후적발’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 속도제한장치를 도입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무턱대고 개인 공매도부터 확대할 게 아니라 모든 공매도 거래 과정을 전산화해 투명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먼저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자본시장’을 위한 금융당국의 분골쇄신을 기대한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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