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도 첫 선도지 ‘증산4’ 박홍대 추진위원장 인터뷰첨예대립 속 재개발 선호 주민 설득 2/3 동의 확보상암동 방송국 근무 주민 활용 홍보영상 34개 만들어공공에 예민하면 “공공 빼고 3080사업이라고 알렸다”민간이라도 찬성·단독보단 빌라에 사는 주민들 집중 공략“공사비 부풀리기, 조합원 비리 없다”등 장점 강력 어필
정부의 2·4 공급 대책이 구현하려는 첫 사업장이 된 서울 은평구 증산동 옛 ‘증산4재정비촉진구역(증산4구역)’ 지난달(5월) 기준으로 증산4구역은 토지주 1735명 가운데 1157명(66.7%)에게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동의서를 받았다. 주민 동의 3분의 2 이상에게 동의를 받으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지구로 지정될 수 있다.
그러나 주민 동의를 얻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월세 수입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주민들, 토지 수용 등 공공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끝까지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자는 주민들, 현금청산 대상이라며 반대하는 신축 빌라업자 등 여러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개발 이슈가 있었던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젊은 층들 대다수는 일찍부터 다른 도심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에는 노인층들만 남아있게 된다.
증산4구역 역시 여느 재개발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낡은 빌라들이 즐비해 있었고 이 지역 또한 노인층들도 많다고 한다. 2년 전에는 주민 간의 갈등으로 서울시 첫 ‘일몰제’ 적용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이 증산4구역이 주민 동의를 가장 빠르게 얻으며 공공주도 첫 사업장이 된 데에는 ‘보이지 않는’ 일부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공공주도 사업과 관련된 홍보 영상을 총 34개나 제작하며 주민들의 동의를 구한 것이다.
7일 본지가 박홍대 증산4구역 추진위원장과 직접 통화한 결과 “홍보가 가장 중요했다. 현수막, 홍보물 제작은 기본이었고, 우리는(증산4) 아예 유튜브 채널을 따로 개설해 공공주도 사업과 관련한 홍보 영상을 34개나 만들었다”라며 “증산4 소유주 중 인근 상암동에 방송국 다니는 분이 있었다. 영상 촬영과 편집 등을 재능 기부해 가능했던 일”이라고 어필했다.
그는 이어 “영상을 통해 기존 민간 재개발에 비해 장점이 많다는 것을 강력히 어필했다”라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중간에서 시행사이자 기획가 동시에 감독관으로 나서기 덕분에 △공사비 부풀리기 없고 △조합원 비리 없고 △주민 분담금 1억원 이상 감소되고 △상가소유자들에게도 혜택 있고 △가장 중요한 리스크를 LH가 부담하고 등 장점들을 엄청 부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LH가 주도했던 공공주도 주민설명회에서는 1년 전 흑석동 재개발을 예로 들며 공사비 심각성에 대해 폭로하기도 했다. 로또아파트로 주목을 받았던 ‘흑석리버파크자이’의 경우에는 시공사인 GS건설이 발코니 확장 비용을 지나치게 높게 부른다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하주차장을 더 확장하기 위해 몇천억원이나 되는 공사비를 조합원들에게 추가적으로 분담하는 등 민간 재개발 시 우려되는 사례들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공공주도로 하면 LH가 중간에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공사(건설사)들의 공사비 부풀리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사업 속도와 시공사 직접 선정 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시공사에 현대건설·GS건설 등 1군 브랜드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 LH·SH와 지자체, 국토교통부가 사업 검토와 인허가 과정에 함께 참여해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등도 해당 사업의 장점으로 꼽힌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채널명은 ‘증산4구역 3080’으로 현재 구독자 수는 558명, 영상은 34개가 올라와 있었다. 조회수가 관건이었는데 많게는 3천회 이상, 기본적으로 2천회 이상이었다. 해당 영상에는 공공주도 사업과 관련해 평소 주민들이 궁금했던 질문들(혹은 자주하는 질문들)과 공공주도 재개발재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주민동의서 작성법, 상가소유자들 혜택 등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돼 있었다. 가장 중요한 주민설명회도 게시됐는데 직접 참여하기 힘든 주민들도 고려하며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또 주민 동의를 얻는 데 있어서 무작정하기 설득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우선 단독주택보다는 빌라에 사는 주민들부터 설득했다. 또 민간 재개발은 찬성하는데 공공 개발은 여전히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었는데 이들의 동의를 얻는 게 가장 중요했다”라며 “우리는(증산4) 공공에 꺼려하는 주민들에게는 아예 ‘공공’을 빼고 3080사업이라고 알리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설득하는 과정에서 주민들끼리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점들을 우려해 아예 기술 자문사 등 전문가들을 영입해 되도록 갈등을 최소화 시켰다”라며 “공공주도 개발과 찬성하는 주민들과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과는 왠만해서는 갈등을 피하도록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현재 LH는 일부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때문에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국민의 신뢰성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다. LH로써는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증산4구역 포함해서 곧 지정지구로 될 지역들 주민의 요구들을 왠만해선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라며 “한 마디로 LH가 전화위복할 기회를 활용하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박 위원장은 “동의률이 차츰 올라갈 때마다 주민들에게 알렸는데 이 역시도 빠른 동의률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도심복합사업 지구지정 요건(주민 동의률 3분의 2) 갖춘 후보지는 총 4곳이다. 은평구의 증산4구역(면적 16만6022㎡, 4139가구) 포함해서 은평구 수색14구역(4만2188㎡, 944가구), 은평구 불광근린공원 인근(6만7335㎡, 1651가구), 도봉구의 쌍문역 동측(1만5272㎡, 447가구) 등이다.
재개발에 지친 주민들이 행정절차가 단축되는 공공 주도형 재개발로 눈을 돌린 것이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은 제안부터 입주까지 5년이 소요돼 민간 재개발(13년 이상 소요)보다 사업기간이 짧다. 이번에 예정지구로 선정된 영등포구 신길 2, 4, 15구역 주민들도 “이거라도 빨리 하자”며 주민 동의 얻기 위해 설득에 나서고 있다.
공공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면서도 공공재개발과 달리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분이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공공재개발은 조합원분양분을 제외한 50%는 공공임대·공공지원임대·지분형주택으로 활용되지만, 도심복합사업은 기존 가구의 1.3배 이상을 건축하면서 이 중 20~30%만 공공자가·임대로 쓰인다. 기부채납도 규모제한과 관련된 조항이 없는 공공재개발과 달리 15% 제한을 뒀다.
한편, 현재 LH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이 공공 주도 사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LH 관계자는 “해당 사업 자체가 LH가 주도하기보다는 국토부나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라며 “설령 LH가 해체될지라도 공공 주도 사업을 계속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yoon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