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사 ESG경영 평가 대부분 ‘B’올해 들어 ESG위원회 등 조직 신설 박차삼성화재·생명 ESG 투자 대폭 확대 결정전기차보험 등 ESG 이름 붙인 상품 러시
보험사는 고객이 낸 보험료가 주 자금 조달원이기 때문에 은행이나 금융투자사보다는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성이 적었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보험사들의 ESG경영 평가는 대부분 B등급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ESG에 적극적이었던 금융지주사들이 A+를 받은 데 비해 다소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현재 ESG경영은 자금 조달 문제를 넘어서 산업 전반의 화두로 자리잡았고 ‘좋은기업’을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니즈(needs)도 커졌다. 또한 금융당국은 보험 산업의 ESG경영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체계를 올해 하반기에 만들 예정이다.
이에 보험사들의 ESG경영 행보 역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ESG위원회 등 관련 사업 전담팀을 꾸린 보험사는 빠르게 늘어났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한화생명, 현대해상은 올해 3월 ESG위원회를 설립했다. 삼성 계열 보험사들은 외부인사를 ESG위원장에 선임했다. 삼성화재는 ESG위원장에 전 국회의원, 삼성생명 역시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위원장에 앉혔다. 현대해상은 한정근 상무(내부인사)를 총책임자로, 한화생명은 황영기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뒤를 이어 농협생명(전용범 부사장)과 농협손해보험도 ESG위원회를 설립했으며, 미래에셋생명(변재상 대표이사), DB손해보험(김성국 사외이사), KB손해보험(김기환 대표이사)도 ESG경영 체제를 갖췄다.
한화손해보험도 뒤따라 ESG위원회를 만들었고 이달 내 책임자를 임명해 구색을 갖출 예정이다. 최근에는 롯데손해보험 역시 ESG위원회 출범을 알렸다. 위원장은 미정인 상태이지만 사외이사 중 한 명을 선임할 예정이다.
위원회 격 조직은 아니지만 동양생명과 흥국생명도 ESG 전담 부서를 꾸렸다. 동양생명은 경영전략본부 내 ESG파트를 신설했고 흥국생명은 전략기획실 내 ESG팀을 운영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하반기 중 ESG 관련 조직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보험사 내 ESG경영 전담 조직이 속속 꾸려지면서 관련 분야 투자 확대 등 사업 내용도 구체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우선 지난 12일 농협손해보험은 그간 은행권 위주로 발행되던 ESG채권을 업계 최초로 내놨다. 농협손보에 이어 농협생보 역시 ESG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ESG채권을 발행한 법인은 조달된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분야와 일자리창출, 사회인프라 구축 등 적격성이 인정된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모든 금융 프로세스에 ESG요소 반영’이라는 의중이 담긴 결과다.
지난 15일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오는 2030년까지 ESG 투자액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지난해(3조5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린 10조5000억원까지, 삼성생명은 같은 기간 20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투자는 ESG경영 중 환경 부문에 해당되는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청정 수처리 사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채권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정책 모기지채권,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목적 사용 채권, 그린본드 등이 추가된다.
ESG 관련 상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 보험업계 최초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교통기후환경연구소’를 설립한 현대해상은 ▲전기자동차 보험(2016년) ▲퍼스널 모빌리티 보험(2018년) 등 선제적 친환경 차보험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ESG경영 열풍이 분 올해는 전기자동차 전용 보험 보장을 강화했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특약을 신설하는 등 친환경 상품을 출시했으며 DB손해보험도 지난 3월 전기차 전용 자동차보험을 내놨다. KB손해보험은 친환경 보험 일환으로 ‘KB시티즌 자전거보험’을 판매 중이다.
이 외, 최근 탈석탄 운동의 일환으로 현대해상·D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흥국화재·롯데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 등이 관련 보험을 모두 인수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동참하기도 했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그간 보험사들이 타 금융업권에 비해 ESG경영 시작이 느렸던 건 사실이지만 ESG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사회공헌 성격의 활동이 없었던 건 아니다”라며 “이젠 많은 보험사가 ESG위원회 등 실체가 있는 조직 구성을 완료한만큼 업계 내 ESG경영 활동이 더욱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 상장사 ESG경영을 S(탁월),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등 총 7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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