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투자자금 마련 위해 비주력 CJ헬스케어 매각‘천랩’ 인수 신약사업 재진출 마이크로바이옴 승부
22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 천랩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지난 21일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약 983억원으로,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천랩 인수로 CJ제일제당은 그린·화이트바이오에 이어 신약 개발을 의미하는 레드바이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이 신약개발에 다시 뛰어드는 것은 2018년 CJ헬스케어를 매각한 후 3년만이다.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 역사는 30년이 넘는다.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사업에 뛰어들었고 1997년 국산 신약 7호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은 2006년 한일제약까지 인수하며 제약사업 덩치를 키웠고 2014년 4월 제약사업부를 아예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CJ헬스케어를 출범했다. 분사 당시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CJ헬스케어를 상장하거나 매각해 그간의 투자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2016년 CJ헬스케어의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상장 계획을 접었다. 대신 이듬해인 2017년 말 공개 매각으로 전환했고, 2018년 한국콜마에 CJ헬스케어의 지분 100%를 1조3100억원에 매각했다. CJ헬스케어를 매각하면서 CJ그룹은 제약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당시 CJ그룹이 제약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주력 사업을 식품, 물류·유통, 엔터테인먼트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제약사업을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CJ헬스케어는 다른 주력 사업군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고 수익률이 낮은 계열사로 꼽혔다.
CJ그룹은 30년 이상 제약사업에 투자해왔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매각을 추진하던 2017년 CJ헬스케어의 매출액은 5205억원으로 매출 기준 국내 10위권 제약사에 머물러 있었다. 지방간 치료제, 빈혈 치료제 등 여러 임상도 진행했으나 실제로는 신약보다는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의존도가 훨씬 높았다.
게다가 CJ그룹은 2017년 5월 이재현 회장이 4년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월드베스트 CJ’ 비전을 내놨는데 이 때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CJ헬스케어 매각을 통한 실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CJ그룹은 CJ헬스케어를 매각하고 제약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랬던 CJ제일제당이 다시 신약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 산업이 최근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식품, 미생물 기술 등이 신약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이 특히 주목하는 영역은 마이크로바이옴이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수십 조 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일컫는다. 이 중 유의미한 종류를 선별하면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최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이 인수한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마이크로바이옴 실물균주를 보유하고 있고 신약 관련 미생물 데이터 분석능력 및 기초연구 단계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CJ제일제당은 천랩과 함께 차세대 신약 개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세계 최고 수준의 그린바이오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바이오 사업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신약개발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화이트바이오 사업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별도 사업 조직인 CIC(Company in Company)로 분리시켜 바이오·건강 사업 확대에 주력 중이다. 화이트바이오CIC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사업부로 지난해부터 집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건강사업CIC는 건강기능식품 외에 건강과 관련한 사업으로 영역 확대를 준비 중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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