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공매도 상환기간 별도규정 없는 건 주요국도 마찬가지” 미국, 기관간 대차거래 시 최소 3개월 단위로 상환만기 계약담보비율·무차입 처벌규정도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 멀어전문가들 “금융위 주장 설득력 떨어져···구체적 근거 제시해야”
27일 윤창현 의원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관련 윤 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해 “주요국의 글로벌 스탠더드와 달리 우리나라만 차입기간에 제한을 두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금융위는 “기관 간 대차거래는 별도의 차입만기가 있지 않고 대여자의 반환요청이 있으면 차입자가 증권을 즉시 반환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라며 “상환기간에 대한 별도규정이 없는 국제대차거래 표준약관(GMSLA)은 국내뿐만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공매도 규정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자들은 60일 이내에 공매도를 상환해야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사실상 상환기한이 없다. 만기(1년)가 있지만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이익이 날 때까지) 기다린 후 여유롭게 상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말 해외 선진국들도 우리나라와 같을까.
우리나라의 공매도 상환기한은 최근 시작된 ‘K스탑운동’의 걸림돌로 제기돼 왔다. 앞서 지난 1월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게임스탑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했고, 당시 헤지펀드들은 수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상환기한이 없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더라도 공매도 투자자들의 ‘숏스퀴즈’를 이끌어내긴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미국도 법적으로 공매 상환만기가 없다. 하지만 기관끼리 대차거래 시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상환만기 조건으로 계약한다. 이에 따라 상환 만기기간 안에는 리콜이 금지되지만 만기 후 리콜 요청 시엔 반드시 T+2일 안에 상환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기관투자자의 무기한 대차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상환기간과 더불어 증거금율 역시 미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은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증거금율을 개인투자자와 같은 150%로(개시 기준) 정해뒀지만 우리나라는 105%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40%로 기관투자자보다 훨씬 높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부담없이 공매도에 뛰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도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멀다. 한투연에 따르면 미국은 무차입 또는 결제불이행에 대해 500만달러(약 57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20년 이하의 징역을 내린다.
프랑스의 경우 무차입 공매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1억유로(약 1358억원) 또는 이득의 10배(법인 기준)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공매도 규정 위반 시 각각 50만유로(6억8000만원), 200만유로(약 27억원)씩 벌금을 내야 한다. 영국은 아예 벌금 상한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부과한다. 과태료 처분에 머물렀던 처벌이 올해부터 강화되긴 했지만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막연한 ‘글로벌 스탠더드’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상환기한을 제한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반발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은행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인 BIS(자기자본비율)를 지키지 않으면 해외에서 돈은 차입하기 어려워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금융당국의 주장대로 공매도 무기한 차입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려면 공매도 상환기한을 제한했을 때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설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매도 주체인 기관과 외국인은 상황에 따라 자금을 해외로 돌린다”며 “국내 증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때문에 투자를 꺼린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공매도 상환기간이 없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라면 금융당국이 구체적으로 국가별 규정을 상세히 조사해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상환기간 외에도 문제로 지적되는 담보비율 등에 대해선 왜 말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상환기한 연장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기관의 상환기간을 개인(60일)과 동일하게 제한해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운운하며 제도개선에 소홀한 건 불평등한 주식시장에서 피해를 입어온 자국민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의 순기능이 잘 발현되고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자본시장의 신뢰도 유지를 위해서라도 불공정거래 모니터링 강화와 처벌 수준 상향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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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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