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랜시움, 가상자산 채굴에 친환경 전력 공급리드투자자로 1200억 투입···이사회 의석 확보막대한 영향력 발휘, 발전소 등 직접운영 가능 랜시움 노하우 타 지역·국가서 활용할 수 있어
‘미래형 에너지 사업자’로의 전환을 꿰하는 한화솔루션은 사업 다각화와 수익성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솔루션은 24일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랜시움에 1억달러(한화 약 1200억원)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랜시움 이사회에 의석을 확보한 만큼, 향후 경영에도 참여한다.
랜시움은 2017년 미국 벤처 투자가인 마이클 맥나마라가 설립한 전력 관리 전문 회사로, 가상자산 채굴을 위한 친환경 저비용 인프라 구축을 비전으로 한다. 이번에 대대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총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고, 한화솔루션이 펀딩의 70% 가량을 지불했다.
랜시움의 주요 고객은 클라우드 서비스, 핀테크, 가상자산 채굴 등 전력 소모가 많은 고성능 컴퓨팅 장비를 운영하는 IT업체들이다. 비트코인 채굴은 복잡한 연산이 반복되는 만큼 어마어마한 전력이 소비되고, 비용 부담도 크다.
랜시움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텍사스 지역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선제적으로 값싼 전력을 확보하는 한편, 자체 개발한 전력 관리 소프트웨어인 ‘랜시움 스마트 리스폰스’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부터 텍사스 북서부 애빌린시에 비트코인 채굴 데이터센터를 조성한 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200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최적 가격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총 951만㎡(약 280만평)의 토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랜시움이 구축한 데이터 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은 가격이 비싼 시간대에는 전력 소모가 높은 컴퓨팅 장비의 가동을 줄이고, 남는 전력을 지역 전력망에 판매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펀딩의 리드 투자자로 참여한 만큼, 랜시움 경영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적인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한화솔루션이 직접 텍사스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건설·운영해 수익을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투자는 미래 성장성과도 직결된다. 한화솔루션은 랜시움의 전력 관리 노하우를 타 지역과 타 국가의 비트코인 채굴 광산에도 적용할 수 있다. IT 환경 고도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센터 설립이 예상되는 만큼,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그로윙 에너지 랩스’(젤리)를 인수, 빅 데이터와 인공 지능(AI) 기반의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확보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한화솔루션은 비트코인 채굴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부가적인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2019년 7억4000만달러(8180억원)에서 2027년 17억5000만달러(1조935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성장에 따라 대장주인 비트코인 채굴 시장도 덩달아 호황이다.
일례로 미국 비트코인 채굴업체이자 랜시움 협력사인 라이엇 블록체인은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라이엇 블록체인은 지난 3분기까지 비트코인 1292개를 채굴해 5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 말까지 컴퓨터를 5만대 이상 추가해 채굴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한때 비트코인 채굴 시장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이 전력난으로 채굴을 금지한 점은 호재다. 글로벌 채굴 기업들은 미국, 특히 전기료가 싼 텍사스로 회사를 옮기고 있다.
안정적인 비트코인 채굴과 전력비 인하는 많은 기업을 유입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 수익성은 커지게 된다. 이 같은 이익은 랜시움 뿐 아니라 랜시움 지분을 나눠가진 투자사들에도 돌아간다. 특히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한 한화솔루션이 가장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는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수록 효과적인 전력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태양광 분야에서 10년 넘게 쌓은 재생 에너지 사업 역량을 살려 친환경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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