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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에 회계기준 위반까지···'오너리스크'에 소액주주 눈물

벼랑끝 상폐기업 | 녹원씨엔아이

횡령에 회계기준 위반까지···'오너리스크'에 소액주주 눈물

등록 2022.02.25 09:03

수정 2022.05.26 17:02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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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6월 이후 상폐 여부 결정전임 CEO '버닝썬 사태' 연루돼 집유 선고···실적 성장 '발목' 110억원 자금 조달에 최대주주 바꿨지만 거래재개는 불투명

횡령에 회계기준 위반까지···'오너리스크'에 소액주주 눈물 기사의 사진

경영진의 횡령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녹원씨엔아이가 회계기준 위반으로 다시 상폐 심사대에 올랐다. 2017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했던 녹원씨엔아이는 '오너리스크'에 무너지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회사는 최근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며 경영정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거래재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해 6월 11일 녹원씨엔아이에 대해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심의‧의결했다. 녹원씨엔아이는 회계처리 위반으로 인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지난해 3월 10일부터 거래정지 중이다.

당시 녹원씨엔아이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억6710만원과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받았고, 정상훈 전 대표는 검찰에 고발당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회사는 종속기업투자주식을 과대계상했고 1년 이내 행사 가능한 조기상환청구권이 부여된 전환사채를 유동부채가 아닌 비유동부채로 분류했다.

또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사모방식으로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도 특수관계자와의 자금거래 및 관련 채무내역을 주석에 기재하지 않았다. 소액공모 공시서류에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사항이 포함된 2015년과 2016년 3분기 재무제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에도 거래가 정지됐던 녹원씨엔아이는 2020년 8월 10일부터 거래가 풀렸지만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2019년 7월 29일 당시 녹원씨엔아이는 경영진의 횡령 혐의 발생으로 인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고, 기심위는 같은해 10월 31일 상장폐지를 결정했었다.

정 전 대표는 버닝썬 사태 당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 총경에게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의 사업파트너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를 연결해 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윤 총경에게 주식매수를 위한 미공개 정보를 제공하고 회사자금 약 4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 2심 재판부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횡령과 미공개정보 이용은 물론 허위 공시를 통해 51억원 상당의 주가조작을 벌인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무자본 M&A로 상장하고 허위 공시나 허위 언론보도로 회사를 운영하는 건 투자자들의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고 위험하다"면서도 1심의 실형(징역 3년) 판결을 깨고 집행유예로 형량을 낮췄다.

녹원씨엔아이는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적용되는 산업용 잉크 소재 전문기업으로, 횡령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모바일 유리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패드 인쇄 공법을 앞세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오너리스크에 순식간에 무너진 모습이다.

회사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2017년 두 차례의 M&A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냈다.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스크린 프린터용 잉크를 삼성, 현대차 등 국내외 주요 대기업에 공급하면서 실적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2018년 2월 현재 사명으로 변경한 녹원씨엔아이는 2017년 3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상승세에 돌입했다. 녹원씨엔아이의 2017년 매출액(연결기준)과 영업이익은 각각 221억원, 76억원이었지만 2018년엔 764억원, 166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횡령혐의가 발생한 2019년엔 매출액 623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뒷걸음질쳤고, 2020년엔 3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

2018년 당시 녹원씨엔아이는 3분기 연속 흑자에 이어 사상 첫 주주 배당에 나서는 등 성장성과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기업이다. 발열 잉크와 유리가공에 사용되는 UV잉크까지 개발해 매출 확대가 기대됐지만 오너리스크에 발목이 잡혔고, 세제‧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도 엄두를 내기 어려워졌다.

한편 녹원씨엔아이는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 조달을 위해 최근 1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최대주주가 티알아이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1호로 변경됐다. 전체 주식의 63%를 보유한 5000여명의 소액주주들은 거래소에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지만 기심위 결과를 낙관하긴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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