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은 '메가 항공사'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조 회장은 2일 대한항공의 창립 53주년 기념사에서 "우리의 과제는 성공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글로벌 항공업계의 품격있는 리더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 결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구조적 조치와 행태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통합 항공사는 경쟁 제한 노선에 신규 항공사가 들어오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을 요구하면, 공항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을 반납해야 합니다. 회수된 슬롯과 운수권은 저비용항공사(LCC)로 돌아가게 됩니다.
구조적 조치가 잘 이행되지 않을 것에 대비해 행태적 조치도 내려졌습니다. 이들 항공사는 당분간 운임 인상이 제한되고, 공급좌석수를 줄이는 것도 금지됐습니다. 서비스는 통합 이전의 품질을 유지해야 합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조치 대상에 한진그룹 계열 LCC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포함했습니다. 공정위가 배포한 자료에는 '5개 당사회사에 신규진입의 주요 제약요소인 슬롯과 운수권 개방조치를 부과했다'는 내용이 또렷하게 존재합니다.
인수합병(M&A)의 핵심 대상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맞습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결정될 당시, 6개 자회사도 함께 매물로 나왔습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6월 확정한 인수 후 통합 계획안(PMI)에도 통합 LCC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공정위 역시 경쟁 제한성을 분석할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나머지 LCC 3사의 노선도 살펴봤습니다.
문제는 공정위가 의도한대로 LCC들이 '장거리 운수권'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경쟁 LCC들이 새롭게 취항할 수 있는 노선에는 한계가 존재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이미 중·단거리에 특화된 사업구조가 굳어진 만큼,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항공기를 띄우기엔 제약이 너무 많습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최근 중대형 기재인 'A330-300'를 도입했습니다. 최대 비행거리는 1만km입니다. 티웨이항공은 싱가포르나 호주 시드니, 미국 하와이, 동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 미주 본토나 서유럽 등에 진출할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제주항공도 완전한 장거리보다는,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 등 중거리 관광 노선 위주로 검토 중입니다. 그나마 하이브리드 신생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본토를 오갈 여력이 있어 보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노선 운수권은 요청 항공사가 있을 때에만 회수합니다. 다시 말해, 장거리 노선을 원하는 항공사가 없다면 공정위가 정한 조치 기한 10년 이후에는 단독 노선 운영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통합 LCC 3사의 운수권은 위태롭습니다. 경쟁 LCC들이 중·단거리 인기 노선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산을 중심으로 영남권 전역에서 노선을 개척해온 에어부산은 눈 뜨고 코베일 상황에 놓였습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한 날부터 구조적·행태적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상반기 중 양사 합병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2020년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업황이 회복되려면, 적어도 2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대형 항공사는 화물사업으로 흑자를 내고 있지만, 국제선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LCC들은 국내선 출혈경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나머지 LCC들이 '항공업 빙하기'를 이겨내려면, 통합 LCC의 운수권부터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만큼, 비난할 수 없습니다.
대한항공의 PMI에 따르면, 우선 아시아나항공은 2년 여 간 자회사로 운영한 이후 그 뒤에 합병한다는 방침입니다. LCC 통합은 이후에 진행됩니다. 시기적으로 최소 3년은 자력생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섣부른 비관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괜한 노파심으로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알짜 운수권을 내준 통합 LCC가 당초 기대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빛을 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공정위가 내린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이 없는 만큼, 이 글은 푸념에 그칠 뿐입니다. 다만 공정위가 이번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회복'이라는 통합 명분을 조금만 더 고려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좀처럼 가시질 않습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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