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노선에 최대한 많이 뛰울수록 수익재무위기 심각, 이르면 2024년께 업황 회복 현금 비축 중요, 장거리 사업구조 재편 한계하네다·몽골·베이징 등 황금노선 운수권 노려공정위, 경쟁제한성↓ 판단···반납노선서 제외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다만 독과점을 방지할 있는 몇 가지 장치를 뒀다. 두 항공사의 중복노선 경쟁제한성이 노선을 대상으로 슬롯과 운수권을 회수하는 구조적 조치와 운임인상 제한 등의 행태적 조치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양대 항공사의 중복 노선은 국제선 65개, 국내선 22개다. 공정위는 이 중 국제선 26개(40%)과 국내선 8개(50%)에서 경쟁제한성이 발생한다고 봤다. 국제선의 경우 ▲서울~뉴욕 등 북미 5개 ▲서울~바르셀로나 등 유럽 6개 ▲서울~장자제 등 중국 5개 ▲서울~프놈펜 등 동남아 6개 ▲부산~나고야 등 일본 1개 ▲서울~시드니 등 대양주 등 3개가 해당된다.
LCC업체들은 단거리 노선을 최대한 많이 오가는 식의 수익구조가 굳어진 탓에 애초부터 통합 항공사의 장거리 독점 노선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현재 LCC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선 취항으로만 버티고 있다.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업체들의 재무구조는 최악으로 치닫았고, 정부 지원금이나 외부자금 투입 없이는 생존이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항공업황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는 시점은 이르면 2024년부터다. 흑자전환을 하더라도 우선은 현금 곳간을 쌓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2의 코로나' 등 불가항력적인 대외 변수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는 힘들다.
공정위는 LCC들의 적극적인 장거리 진출을 권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장거리에 대한 반응은 미온적이다.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려면 대형 기재를 새롭게 도입해야 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 3대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LCC들은 중·단거리 인기 노선의 운수권을 얻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포~일본 하네다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김포~중국 베이징·상하이 등 이른바 '알짜노선' 운수권이 회수되길 기대했다. 일본은 항공 비(非)자유화 지역인데, 김포~하네다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00% 독점 운항하고 있다. 이 노선은 서울과 인접하고, 편도 2시간 가량 소요되는 거리이기 때문에 꾸준한 수요가 유지된다.
하지만 공정위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통틀어 '서울'로 정해 경쟁제한성을 판단했고, 독점 노선이 아니라고 봤다. LCC들이 인천~나리타 노선을 운항 중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데 크게 작용했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역시 양대 항공사만 취항하고 있다. 이 노선은 대한항공이 1999년부터 20년 넘게 독점 운항해 왔다. 몽골 정부가 '1항공사 1노선 정책'을 고수해온 탓에 다른 항공사의 진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9년 한-몽 회담으로 2항공사 진입이 가능해졌고, 추가 운수권은 아시아나항공에 배분됐다.
직항 기준 3시간30분 가량 소요되는 거리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준 연간 40만명에 육박하는 항공수요가 있는 황금 노선이다. 성수기에는 공급 부족으로 유사한 비행시간의 노선보다 운임이 2배 이상 높게 형성되기도 한다. 공정위는 이 노선도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1위 사업자인 몽골항공이라는 강력한 외국항공사와 경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노선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경우 외항사에 대해 보수적인 운수권과 슬롯 운영을 하고 있어 LCC들의 진출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공정위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합쳐 집계했고, 중국 대형 항공사 점유율이 30% 이상이라거나 4개 이상의 경쟁사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반납 노선에서 제외시켰다.
LCC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단거리 노선에서 통합 항공사의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LCC 진출이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항사의 파이 확대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공정위는 국내 승객의 외항사 대체성이 낮고 구매 전환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통합 항공사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하지만 중국 노선에 대해서는 '중국 대형 항공사가 운항 중'이라는 이유로 운수권 반납 대상에서 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항공사가 경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대형 항공사가 독점해온 단거리 노선 위주로 시정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오히려 LCC들의 영업환경을 악화시켰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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