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토스뱅크로 젊은 직원 이직 가속화 유연한 문화, 스톡옵션 기대감 때문이지만 퇴사율 두 자릿수···직원 만족도 높지 않아 높은 업무 강도, 부실한 체계로 갈등 지속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가 경력직 채용에 착수하자 기존 금융회사 직원의 이동이 잇따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자 등 IT 부문은 물론 리스크관리, 소비자보호, 준법감시, ESG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친 핵심 인력이 인터넷은행에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먼저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서버 개발, 금융 IT, 모바일 등 8개 부문 28개 직무에 대한 세 자릿수 규모의 경력 개발자 공개 채용을 실시했다. 또 이달말까지 여신 신용리스크관리 분석, 대출플랫폼 운영, 주택·부동산 관련 서비스 기획,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분야의 경력직도 선발한다.
또 케이뱅크는 체크카드 정책 기획과 코어뱅킹시스템, 제휴 사업 기획 등 부문의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토스뱅크도 시스템 개발과 데이터분석, 경영전략, 개발, 리스크관리, 법무 등 분야에 걸쳐 인재를 영입 중이다. 모기업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에도 토스뱅크와 토스페이먼츠, 토스증권 등 전 계열사에 걸쳐 700여명을 채용했다.
지원자가 몰리면서 경쟁률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자릿수는 기본이고 100대 1까지 경쟁률이 오르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이뤄진 토스뱅크의 경력 개발자 채용에 5000명을 웃도는 사람이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으로 금융권의 인력이 집중되는 것은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염증을 느낀 젊은 직원이 발걸음을 돌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톡옵션 등 각 은행이 제시하는 파격적인 조건과도 무관치 않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전 직장의 최대 1.5배 연봉과 1억원어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인터넷은행과 연을 맺은 직원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매년 적잖은 인원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기업정보사이트 크레딧잡이 국민연금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한 자료를 보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12개월 사이 399명이 입사한 반면, 196명이 퇴사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에서도 107명이 들어오고, 52명이 짐을 쌌다. 영업을 시작한지 불과 반년밖에 되지 않은 토스뱅크도 마찬가지다. 144명이 입사하고 23명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 퇴직금 지급 규모로도 이러한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모든 자회사의 퇴직금으로 78억1080만원을 썼다. 전년의 41억8662만원 대비 86.5%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뱅크는 전년의 3배 수준인 23억3600만원을, 케이뱅크는 3억원 늘어난 28억500만원을 각각 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이처럼 각 은행에 직원의 퇴사가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적응하기 어려워서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젊은 조직 문화에도 불구하고 업무 강도는 높고,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인터넷은행 특성상 체계도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다.
인사평가 시스템으로 경영진과 직원이 갈등을 빚은 곳도 있다. 과거 '스트라이크' 제도를 운영하던 비바리퍼블리카가 대표적이다. 이는 팀 안에서 경고를 세 번 받은 직원에게 퇴사를 권고하는 조치인데, 내부에서 인력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지난해 이를 폐지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과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에 인터넷은행으로 이직하는 젊은 직원이 늘고 있지만, 기대치를 밑도는 환경에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인터넷은행이 핵심 금융사로서 한 단계 도약하려면 기업 문화를 재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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