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승사자'에서 자율규제 독려·공정거래 조정에 주력하나대기업지정제도 '폐지' 보단 경제 여건 반영해 보완·개선할 듯
특히 기업집단국은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며 대기업 총수 고발도 강행해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기업의 자율규제를 공정거래 주 공약으로 내걸면서 공정위가 5년간 걸어온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정부와는 다른 행보에 조 위원장의 후임에도 경제인 대신 법조인이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가 기업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자율 규제'와 '조정자 역할'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공정위 수장도 경제학자보다 법조인 출신이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수위는 '판사 출신' 공정거래 전문가를 공정위원장으로 내정하기로 하고 마무리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윤 당선인은 외부 인사를 통한 공정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거래 분야에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행정부인 공정위에 준사법적 기능을 부여한 이유와 정신을 이해하고 정책을 추진할 인사들을 중심으로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를 이끌 새 수장은 대기업 지정제를 둔 엇갈린 시선에 대해서도 일부 정리 작업에 돌입해야 하는 게 주 과제다. 앞서 지난해 '쿠팡 동일인 제도' 논란 이후 일부 경제단체는 대기업집단 지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엽합회(이하 전경련)는 "제도 도입 근거인 경제력집중 억제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신산업 발굴을 저해하며 세계적인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1986년 처음 도입했을 때 상위 30대 기업집단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7년 34.1%(21.2%)에서 1982년 40.7%(30.2%)까지 상승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전경련은 "당시 우리나라 경제는 일부 기업이 시장독점을 통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했던 폐쇄 경제였다"며 "하지만 이제 시장개방도가 1980년대 65.6%에서 2010년대 91.5%로 상승하고 FTA를 체결한 국가가 50곳이 넘을 정도로 개방경제로 바뀌어 대기업 집단 지정이 현실과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국기업이 언제든지 우리나라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일부 국내 기업의 시장독점이 힘들다는 얘기다. 대기업집단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감소하는 점도 같은 이유다. 30대 그룹 매출이 우리나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7.4%에서 2019년 30.4%로 감소했다. 10대 그룹의 매출 비중 또한 같은 기간 28.8%에서 24.6%까지 줄어들었다.
전경련은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발굴을 위한 벤처기업, 유망 중소기업의 M&A(인수합병) 등을 저해한다"며 "규모가 작아도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대기업으로 분류돼 각종 지원제도에서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계열사 지원도 일감몰아주기, 부당지원행위 논란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현행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두고 미흡한 부분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다만 이를 폐지하기보다는 현재 경제 여건을 반영해 보완·개선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공정위도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향후 자동적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2024년도부터는 자산총액 10조원이 아닌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이 기준이 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명목 GDP는 2057조4000억원이며 확정치는 올 상반기 내 발표될 예정이다.
또 공정거래 관련 정책의 개선을 공약한 윤 당선인은 동일인 지정에 관해 언급했다.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향후 '동일인관련자' 중 친족 범위를 기존 '혈족 6촌, 인촉 4촌' 보다 좁게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내부적으로 친족 범위를 재검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는 "대안 없이 대기업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동일인은 윤 당선자 공약처럼 범위를 좁히는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여러 사안이 있겠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장기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bse100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