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퍼렇게 멍이 든 터널에도 끝은 있습니다. 곧 우리의 눈앞에 붉은 해가 다시 휘영청 뜨고 우리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리라는 믿음을 가지며 힘내시길 빕니다.
증시 상황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입니다. 증시뿐만이 아니라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자산시장 패닉 내지는 블랙아웃이라는 말이 현재의 상황을 해석해 줄 수 있는 가장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증시 불황은 코스피 지수를 2400선까지 밀어냈습니다. 여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결정적 영향을 했죠. 종가 기준 지수가 어제보다 1.83% 더 빠진 오늘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4544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한국 상장사 주식을 팔아치운다는 뜻의 단어 '셀 코리아'는 더 이상 낯선 표현이 아닙니다.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증시 이탈은 심각해졌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첫 증시 거래일인 1월 3일부터 오늘까지 집계한 투자자별 순매수/순매도 현황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무려 17조608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선물 등 다른 시장의 규모까지 합친다면 30조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아직 1년의 반환점도 아직 안 돌았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돈이 벌써 30조원이나 빠져나간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매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증시에서만 돈을 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유난히 두드러지는 것이 문제죠. 왜 그럴까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한국 증시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남북한의 불안한 정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배경으로 꼽혔지만 요즘은 다소 다릅니다. 기업의 여건, 시장의 여건이 투자를 추천할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배당성향이 낮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제대로 된 이득도 보지 못하고 손해만 볼 수 있다는 것이 해외 투자자들이 지적한 한국 기업들의 고질적 단점들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한두 해의 일이 아닙니다. 시장 안팎의 이해관계자들도 이를 알고 있지만 제대로 고치고 노력하는 움직임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 외국인들은 한국증시에서 손을 털고 있고 애꿎은 동학개미들만 파랗게 질린 모니터를 보며 눈물짓고 있죠.
지난 3월 대통령선거에서도 주요 후보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취임 한 달이 넘은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여전합니다. 특히나 이 사태에 대해서 책임지려 하는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애석할 뿐입니다.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키워도 모자랄 우리 증시가 이렇게 버림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증시 이해관계자는 광범위합니다.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기업과 투자자는 물론 시장의 여건을 가꾸는 정치권과 관료들도 이해관계자에 포함됩니다. 이들이 스스로 나서고 힘을 합쳐서 우리 증시의 환경을 시장 우호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언젠가 해는 다시 뜹니다. 하지만 저절로 뜨지는 않습니다. 자본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있어야 햇빛이 더 밝아질 것입니다.
어두컴컴한 지금의 상황에서 팝콘 봉지를 뜯어봐야 탈만 날 뿐입니다. 증시라는 한편의 드라마가 재미있고 역동적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부지런히 노력하고 그 노력의 성과가 화려하게 빛날 그때 팝콘 봉지를 뜯어보는 건 어떨까요. 팝콘은 그럴 때 먹는겁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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