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곧 사외이사 제청 작업 재개할 듯 '노조 측 추천 후보' 이사회 입성 여부 주목 당국 의중 안갯속···일각선 윤종원 역할론도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노조 추천 이사' 선임 건을 놓고 노사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윤종원 행장이 노조 측 기대에 부응할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조만간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김주현 위원장이 취임했으니 빠른 시일 내 후보를 추려 금융위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의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자리다.
기업은행은 신충식·김세직 사외이사의 임기가 3월 만료됐음에도 4개월째 후임자를 결정짓지 못했다. 정권 교체기에 공공기관 인사를 자제하라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워회의 지침에 금융위가 판단을 미룬 탓이다. 이로 인해 기업은행은 새로운 사외이사가 확정될 때까지 신충식 이사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한화생명으로 옮긴 김세직 이사의 자리만 비워두고 있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업은행 노조 측 인사가 이사회에 입성할지 여부다. 지난 몇 년간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왔지만 금융위의 인사검증을 넘어서지 못해 번번이 실패한 바 있어서다. 지난 3월에도 노조는 노동계·법조계·학계에서 선정한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사측과 금융위에 각각 전달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노조 측은 올해는 반드시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이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8월부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시행되면서 사회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물론, 정부도 누차 이를 약속했다는 이유다. 선거 과정에선 윤석열 대통령도 금융회사 노동이사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노조 추천 이사제'는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제도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구성원 모두 성과를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사로 선임된 사람은 정관에서 정한대로 사업계획·예산·정관개정·재산처분 등 경영 현안에 대한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권 노조 추천 이사는 수출입은행의 이재민 사외이사가 유일하다.
윤종원 행장 역시 2020년 취임 당시 노조 측과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에 힘쓰기로 합의했으며, 지난해엔 노조 측이 추천한 3명 중 한 명을 최종 후보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다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판단이 변수다.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탓에 노조 추천 이사에 대한 철학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대통령의 측근인 그 역시 노조의 경영참여를 탐탁지 않아 하는 여당과 뜻을 같이 할 공산이 커서다. 앞서 인수위는 노동이사제에 대해 필요할 때 공공기관 개혁을 하지 못할 수 있고, 민간 기업으로 확산하면 우려가 더 커진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덧붙여 외부에선 윤 행장이 인사 과정에서 당국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임기 만료를 5개월여 앞두고 굳이 정부와 얼굴을 붉힐 필요가 없다는 진단에서다. 더욱이 윤 행장은 새 정부의 첫 국무조정실장 후보에 올랐다가 여당의 반대에 부딪혀 그 자리를 고사했는데, 이를 계기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노조와 합의한 사안인 만큼 윤 행장이 당국에 직원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 제청을 위해 사측과 대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은행 이사회의 저변을 넓히고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 추천 이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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