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미래 비전인 '퓨처빌더' 실현에 총력정 사장 주도한 신사업, 유상증자 등 적극 지원출범 4년째인 2024년부터 본격적인 수익낼 듯사실상 유일한 후계자지만, 시장 안팎 인정 받아야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 4일 100% 자회사 아비커스가 단행하는 1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아비커스는 조달한 자금의 8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20억원은 시설자금에 쓸 계획이다. 아비커스가 모기업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은 작년 7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아비커스는 80억원을 모집한 바 있다.
2018년 한국조선해양 내 자율운항연구실로 시작한 아비커스는 2020년 회사에서 독립하며 '1호 벤처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7명이던 이 회사 직원수는 작년 말 기준 4배 가까이 늘어난 29명이 됐다. 별도법인으로 신설된 첫 해 영업손실은 1600만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3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2배 커졌다.
아비커스가 시장 안팎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정 사장이 있다. 정 사장은 전통적인 선박 건조사업도 중요하지만, 비(非)조선사업과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기술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선박기자재 애프터서비스(AS) 전문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 분사가 대표적이다. 정 사장은 2014년부터 현대글로벌서비스 사업의 가능성을 주장했고, 2016년 물적분할시켰다. 정 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알짜회사'로 육성시켰다. 2020년에는 로봇기업인 현대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아비커스 역시 정 사장이 주도한 신사업이다. 설립 직후만 하더라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에 참가하며 위상이 달라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CES 참가를 결정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CES에 참여한 역사도 없던 만큼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 사장은 CES에서 그룹 미래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정 사장은 "자율주행 선박과 로봇, 해양수소 밸류체인 등 신사업을 강화해 세계 1위 쉽 빌더에서 퓨처 빌더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자율운항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양모빌리티가 우리의 새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아비커스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더욱이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정 사장과 동행한 주요 계열사 대표에 포함돼 곁을 지켰다. 현대중공업그룹 부스는 아비커스의 자율운항기술을 중점적으로 전시했고, 프레스컨퍼런스에서는 정 사장에 이어 아비커스 엔지니어가 '퓨처 빌더' 관련 비전과 목표를 발표했다.
정 사장이 자율운항 선박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래 성장성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과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2357억달러(한화 약 30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흑자를 내는 시점도 가시화되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달 열린 '아비커스 자율운항 시연회'에서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아비커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하며 국내선사 2곳과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아비커스의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2.0'은 내년 8월부터 총 23척의 대형선박에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하이나스 2.0은 2020년 개발한 1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1.0'에 자율제어 기술이 추가된 것이다. 하이나스 1.0은 총 170여기의 수주고를 올렸고, 인공지능(AI) 기반 항해보조시스템인 '하이바스'는 50여기 수주했다.
특히 아비커스는 대형선박 뿐 아니라 레저보트 등 소형선박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신조되는 레저보트는 20만척 이상인데 반해, 고부가가치 상선은 500척에도 못 미친다. 글로벌 자율주행 레저보트 시장의 뚜렷한 선발주자도 없다.
재계에서는 아비커스의 성과가 정 사장의 승계 기반 구축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가진다고 분석한다. 정 사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이다. 정 이사장은 그룹 지주사 HD현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여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 사장이 실질적인 오너로서 그룹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유일한 후계자인 만큼, 정 사장이 차기 총수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 사장이 시장 안팎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미래사업 토대를 구축하고, 성과를 내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자회사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HD현대 주가부양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정 사장이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려면 지분 이양이 이뤄져야 한다. 정 사장의 HD현대 지분율은 5.26%로 2대주주 지위에 머물고 있다. 부친 지분 26.60%를 넘겨받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 이사장이 직접 보유한 HD현대 주식 가치만 1조2000억원이 넘는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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