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 7월 현금경영 선포..선제적 자금 확보 총력비교적 낮은 금리 자금 조달...하반기 만기 회사채 대응 '원활' 제철소 화재·유동성 대란 앞두고 유동성 확보 '골든타임' 평가
당시 포스코그룹은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늘면서 수익성이 감소하고 현금흐름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질 때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늘어나는데 상반기 기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규모는 각각 13조원, 18조원으로 작년 말 대비 22.7%, 18.1% 씩 증가했다. 이는 당장 돈으로 받지 못한 외상이 늘고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있단 뜻이다. 이는 현금흐름 지표 악화로 이어졌다.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837억원으로, 전년 동기 수준인 2조 2151억원에서 급감했다.
결국 최 회장은 운전자본을 줄이고, 유동성을 늘리는 '현금 중시 전략'으로 경영 방향을 틀었다. 이후 포스코그룹은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섰다. 7월에만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시장성 조달로 끌어왔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달러채로 10억 달러(한화 1조 3000억원)를, 핵심 계열사 포스코는 회사채로 8000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포항제철소 태풍 침수사태, 레고랜드 발(發) 자금 조달 시장 경색 사태 등 비상경영 선언 이후 발생한 포스코그룹 안팎의 여러 악재들을 감안할 때 유동성 확보의 '골든타임'이 됐다는 평가다.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덕분에 태풍 침수 사태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를 방어했고, 하반기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에 미리 대응할 수 있었단 분석이다.
포스코는 올해 하반기 10월과 11월 61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6487억원 규모의 외화채 만기가 도래한다. 이 중 10월 회사채는 7월 8000억원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이미 차환했다. 1% 대의 회사채를 4% 금리로 차환하며 조달 비용이 높아졌지만, 현재 포스코의 신용등급인 AA+등급의 민평금리가 5.6%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측면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조달 환경도 우호적이었다. 포스코는 당초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수요예측에서 주문이 몰리며 8000억원의 증액 발행했다. 레고랜드 발(發) 유동성 대란으로 초우량인 AAA 등급의 공사채가 유찰되고,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가 연일 미매각되는 지금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2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달 만기 도래하는 6487억원의 외화채에 대해서도 현금 상환 등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포스코그룹은 포항 제철소 정상화와 자금 조달 시장 안정화가 이뤄질 때까지 당분간 '현금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에만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도 앞두고 있다. 철강과 2차전지 배터리 소재, 인프라 분야 등 사업 확대를 위해 연간 8~9조원 상당의 투자를 향후 3년 간 지속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적극적 투자 기조를 이어가 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범위 안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장(사장)은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를 통해 "글로벌 경기 불황이 시작하고 있는 상황으로 조금은 신중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2차전지 소재와 철강 등 분야에서 기존 로드맵을 연기하지는 않고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빈 포스코홀딩스 투자담당도 "투자비에 대해서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범위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 대원칙이며 내년 이후 자산 효율화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투자 비용의 절반가량은 철강 분야에 쓰이고 있으며 나머지는 배터리 소재와 인프라에 투입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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