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 코로나 특수 종료에도 안정적 실적'창사 최대' 전년보다 후퇴 불구, 이익률 13% 박 회장, NB라텍스 선제적 증설 '선택과 집중'비핵심 사업은 정리, 탄탄한 재무구조 구축도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 6조3301억원, 영업이익 1조335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6조2898억원, 영업이익 1조9915억원)과 비교할 때 매출은 약 1%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48% 감소했다. 배당 재원이 되는 순이익의 경우 48% 위축된 8710억원으로 나타났다. 단순 증감율로 따져보면, 지난해보다는 후퇴한 실적이다. 하지만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보다는 8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1% 확대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1~3분기와 비교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7%, 194% 성장했다.
증권업계가 추정하는 금호석화의 올해 연간 매출은 8조2000억원대,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대다.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경신한 지난해에는 매출 8조4618억원, 영업이익 2조4068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1조원대를 넘기겠지만,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특수가 종료됐고, 경쟁사들의 무리한 증설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다. 금호석화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2.8%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28.8% 대비 16%포인트(p), 전분기 13.5% 대비 0.7%p 떨어진 수치다. 하지만 올해 석유화학업계 전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성과다. 통상 제조업의 영업이익율은 5%대 안팎 수준이고, 10%대를 기록하면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금호석화는 여전히 동종업계보다 최대 2배 높은 영업이익률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석화업계는 2010년 후반대 초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유독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받으며 고전했다. 경쟁사들이 신사업에 잇따라 진출하며 수익 다변화를 꾀하는 동안, '글로벌 화학 전문 기업'을 지향하며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에만 집중한 결과였다. 그나마 납사분해시설(NCC)이 없어 화학사 마진과 직결되는 에틸렌과 파라자일렌(PX) 시황 부진에서 받는 타격은 적었다.
박 회장은 비교적 단순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했다.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는 그의 경영 스타일은 파격적인 신사업 진출과 거리가 멀었다. 특히 박 회장은 주력 제품의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해 수 차례에 걸쳐 NB라텍스 증설을 단행했다. 2016년에는 NB라텍스 생사능력을 연산 20만톤(t)에서 40만톤으로 확대했고, 2019년에도 40만톤에서 58만톤으로 확대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의료용 장갑 원재료인 NB라텍스는 합성고무 제품 중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2019년 고무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NB라텍스 증설을 향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NB라텍스가 '효자 품목'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코로나19로 일회용 장갑이 필수 위생 용품으로 인식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판매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하면서 수익성 강화로 이어졌다. 이에 금호석화는 작년 6월 NB라텍스 생산능력을 총 95만톤 규모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비수익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박 회장은 2019년 반도체 소재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전자소재 부문을 SK머티리얼즈로 처분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합작사인 난징지프로(GPRO)금호화학 지분 50%를 공동 투자사인 장쑤지그룹에 넘겼다. 이 회사는 냉장고 단열재와 자동차 내장재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와 커스틱소다(CS) 등을 생산한다.
박 회장의 신중한 경영 철학은 금호석화의 안정적인 재무 흐름으로 이어졌다. 금호석화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41%에 불과하다. 자기자본 대비 차입금 비율을 의미하는 순차입금비율은 7.2%이고,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이익잉여금은 2조7173억원이다. 지난해 말 1조원대이던 차입금도 8000억원대로 낮아졌다.
지난해 5월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박 회장은 미등기 회장으로 후방에서 그룹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금호석화의 경영 기반이 견고해진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장남인 박준경 부사장은 금호석화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박 부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 NB라텍스 7만톤 추가 증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견고한 재무구조 기반을 마련해 둔 만큼, 오너 3세는 신성장동력 부재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털어내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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