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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컨버전스, 김동관 부회장 '승계 창구' 급부상한 배경

한화컨버전스, 김동관 부회장 '승계 창구' 급부상한 배경

등록 2022.12.04 19:54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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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인수 후 7년 만에 사명 변경더딘 외형성장에 높은 계열사 의존도···존재감 낮아2020년부터 독자 생존력 갖춰, 작년 배당금만 250억사업 확장으로 배당·시너지 강화, 한화에너지 가치↑

한화컨버전스, 김동관 부회장 '승계 창구' 급부상한 배경 기사의 사진

한화에너지 100% 자회사인 한화컨버전스가 오너3세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원활하게 지원할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을 영위해 온 한화컨버전스는 비교적 알짜 회사임에도 불구, 그동안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유지하던 사명 '에스아이티'를 최근 변경하며 그룹 소속감을 더했고, 김동관 부회장 측근을 수장에 앉히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장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2015년 한화에너지 품으로···시너지 노렸지만 성과 '기대 이하' = 2001년 설립된 한화컨버전스는 전력·수처리·공조 설비의 통합 제어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보수하는 업체다. 2010년 에스아이티홀딩스에서 분할 설립됐고, 최대주주는 지분율 84.9%를 보유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였다. 한화그룹 품에 안긴 것은 2015년이다. 舊 한화에너지는 1029억원을 들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창업주(7.7%)가 보유한 한화컨버전스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이후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나머지 주식까지 매집하며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컨버전스를 인수한 배경에는 사업 다각화가 있다. 유틸리티 자동제어 역량과 에너지 절감 기술력을 확보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었다. 당시 전기·스팀 공급업 중심의 한화에너지가 태양광 신사업에 나선 만큼, 실시간 전력감시·분산 에너지 등의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화컨버전스가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시장의 주목도는 점점 낮아졌다. 인수 이전인 2014년 한화컨버전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03억원, 153억원이었다. 인수 이후 2019년까지 연매출 800억~900억원대를 오가며 외형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150억원대 안팎 수준으로 유지됐다. 계열사 의존도도 적지 않았다. 2017년 연결 감사보고서 기준 내부거래 규모는 228억원이고, 비중은 24%였다. 점차 의존도를 낮춰갔지만, 2019년에도 11%가 넘는 내부거래율을 보였다.

◇기복없는 실적 고배당···오너가 신임 '재무통'들 거쳐가 = 비상장사이면서 오너3세 개인회사의 손자회사인 한화컨버전스는 수면 아래에서 나름의 임무를 수행해 왔다. 바로 '자금줄'이다. 한화컨버전스는 2014년 50억원을 배당했다. 인수가 이뤄진 2015년 전년의 6배 수준인 314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기존 최대주주이던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매각 직전 일부 배당금을 챙긴 영향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한화에너지로 100억~130억원을 전달했다. 당시 지배구조 흐름에 따르면 한화컨버전스가 지급한 배당금은 한화에너지로 우선 유입되고, 다시 에이치솔루션(現 한화에너지)의 곳간을 채웠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50%)과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25%),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25%)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더욱이 2020년 들어서부터는 한화컨버전스의 입지에 변화가 생겼다.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사업 경쟁력을 갖춰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배당 규모도 대폭 확대됐다. 이 시기 매출 99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기록하며 2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순이익 149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으로, 전년 배당금과 비교할 때 54%에 달하는 인상률이었다. 또 계열사간 거래 금액이 크게 축소되며 내부거래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250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내부거래 금액은 17억원에 그쳤고, 비중 역시 1.6%로 낮아졌다.

한화컨버전스를 거쳐간 대표이사 명단을 살펴보면 '현금 창구'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한화컨버전스는 그룹에서 파견된 김경한, 손계춘, 김우석 총 3인의 대표이사가 역임했는데, 모두 오너가의 신임을 받은 '재무통'이다. 김경한 ㈜한화 부사장은 김 부회장이 이끄는 전략부문에서 인사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에이치솔루션 전신인 한화S&C와 한화시스템 ICT부문의 대표이사 경력이 있다. 올해 초 퇴임한 손계춘 전 ㈜한화 방산부문 해외사업팀 전무는 한화큐셀 독일법인 최고재무전문가(CFO) 출신이다.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인 김우석 부사장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기획실' 재무담당 출신으로, 오너 3세들의 한화S&C 인수와 관련된 실무를 담당했다.

◇'한화' 소속감 높여 영토 확장···사업목적 추가·계열사 흡수합병 = 한화컨버전스는 지난 1일 사명을 변경했다. 한화컨버전스가 약 7년 만에 '한화' 명패를 달게 된 만큼, 수면 위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컨버전스 사명은 디지털 역량에 기반한 산업간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팩토리 솔루션 역량을 기반으로 그린에너지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전 작업도 착실하게 마쳤다. 한화컨버전스는 올해 3월 사업목적으로 ▲에너지 개발, 생산, 수송, 분배, 운영관리, 판매, 중개 등과 관련되는 국내 및 해외 사업 ▲에너지 공급 시설의 설치 및 운용 ▲온실가스 배출권의 판매, 수출입, 중개업 등을 추가했다. 한화컨버전스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집단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에너지 관리운영 사업, 자원개발, 소규모 전력 중개,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산업, 에너지 수요관리사업, 지능형전력망서비스사업 등으로 확대된 것이다.

또 한화에너지 100% 자회사인 태양광 O&M(Operation and Maintenance) 업체 '태양광운영관리'를 흡수합병했다. 앞서 한화에너지는 2월 태양광 O&M사업부를 떼내 독립회사로 신설했다. 통상 태양광 건설소를 완공하면 3~5년 가량 무상관리를 해준다. 하지만 기간이 만료되면 발전소 운영을 맡아줄 회사를 찾아야 하는데, 태양광운영관리가 이 사업을 영위한다.

태양광운영관리는 한화에너지가 태양광 건설사업에 진출한 2013년부터 누적된 빅데이터 자료와 자체 개발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누적 기준 1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운영·관리했다. 이번 합병으로 한화컨버전스는 재생에너지 솔루션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사 태양광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설비 투자 감소 우려가 존재하지만, 스마트공장 확산 등으로 자동화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화컨버전스는 발전소 모니터링부터 데이터 수집과 제어, O&M, 전력거래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에 최적화된 그린에너지플랫폼 사업을 전개한다. 또 분산형 기반 가상발전소(VVP)를 활용한 전력거래사업과 재생에너지 전력거래사업 등은 전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보급 기조와 맞물려 성장할 것이란 의견이다.

◇'김동관 측근' 김창연 대표 체제···승계 기반 다질 듯 = 수장 교체도 단행했다. 한화에너지 지주부문 재무기획팀장이던 김창연 상무가 한화컨버전스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1973년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GES(그린에너지솔루션)사업기획팀장을 맡았다. 특히 에이치솔루션 투자운용팀장을 거치며 재무 경험을 쌓은 그를 김 부회장 측근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화컨버전스의 성장은 한화에너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한화 지분 9.7%(보통주 기준)을 보유한 2대주주다. 재계에서는 가장 유력한 승계 방안으로 한화에너지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오르는 그림을 거론한다. 이를 위해선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야 한다.

한화에너지가 탄탄한 현금흐름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은 자회사를 활용하는 것이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임팩트를 투자전문회사로 전환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화컨버전스는 외형성장을 지속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배당성향을 확대할수록 한화에너지 곳간을 채우는데 유리하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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