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정면돌파'···조단위 투자 예고업황부진 속 자금력 싸움···회사채 등 자금조달 모색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빅4'는 석유화학업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적극적인 신성장동력 투자를 예고했다.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세운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실적을 떠받친 태양광 등 친환경 분야에 오는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입한다. 특히 올해 설비투자(CAPEX) 예상치는 2조7000억원 중 케미칼부문 4000억원, 첨단소재부문 2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신재생에너지부문에 집중된다. 여기에는 지난달 밝힌 3조2000억원 규모의 '솔라허브' 생산라인 구축도 포함돼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3조5000억원 설비투자에 이어 올해도 4조원 정도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바이오, 첨단소재, 친환경 등 미래 핵심 먹거리를 위해 계획한 투자 집행을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첫 적자의 쓴 맛을 본 롯데케미칼은 올해 미래 먹거리 배터리 소재 산업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이 밝힌 배터리사업 투자 목표액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포함해 2030년까지 7조원에 달한다. 동시에 4조원을 추가 투입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두기업으로 올라서겠다고 공언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해 6월 향후 5년간 6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제품의 기술력은 유지하는데 3조3000억원을 포함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미래 성장동력에 2조7000억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했다.
벌써부터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조 단위 미래사업 투자를 위한 '쩐의 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부문에서 일제히 수익성 감소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위한 기초체력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9957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0.4%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에서의 이익이 4조820억원에서 1조750억원으로 급감한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호학과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4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2.3%, 149.4% 급감했다.
그나마 한화솔루션의 경우 유일하게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0.9% 늘어나는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은 43.7% 줄어든 588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역시 불확실한 대외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사업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각 사는 연초부터 경쟁적으로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분기 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마무리를 목표로 하는 롯데케미칼은 이달로 예정된 지분 취득 목표 시점이 다가오자 인수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유상증자로 이미 1조2255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데 이어 파키스탄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을 1924억원에 매각했다. 수익성이 불확실한 기존 사업을 과감히 조정하면서 신사업 투자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이에 더해 3500억원 안팎의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동시에 일진머티리얼즈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인수금융 대출도 받을 예정이다.
LG화학은 지난달 기존 금액 4000억원에서 2배 증가한 8000억원을 공모채로 발행했다. 외화자금까지 합하면 이미 1월 중에만 1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해당 금액은 채무 상환과 해외 생산설비 확대 등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차입으로 조달할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주식보다는 비핵심 자산 등 몸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자산효율화를 추진한 후 모자라면 시장에서 조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회사채 미매각으로 체면을 구긴 한화솔루션도 이달 초 180도 달라진 상황 속에서 3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3일 진행된 한화솔루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9430억원에 달하는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기존 계획보다 2배 증액한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자금조달에 대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현금성 자산은 약 1조원으로 추정한다"며 "금리 인상과 거시 환경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역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 만큼 신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다만 업황 부진 속 조단위 투자금을 차질없이 확보해야하는 자금조달이 숙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