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로젝트별 보조금 지원액 최대 35% 설정"반도체=안보"···군사협조·초과이익 공유 요구기업 회계장부까지 확인···"전례가 없는 일"
미국이 28일(현지시간) 반도체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관련 세부지침을 공개했다. 한국과 대만에 쏠려있는 반도체 생산능력을 미국에서 키우겠다는 의도다. 현재 미국은 첨단 반도체 칩 90% 이상을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있는 대만에서 구매하고 있어 반도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보조금은 직접 지원과 대출·보증 등으로 이뤄진다. 대출·보증 한도는 없으나 보조금 지원은 프로젝트 자본 지출의 5~15%로 설정되고 보조금과 대출 등을 포함한 총 지원액은 설비투자액의 35%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17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직접 보조금으로 최대 25억5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 대출·보증을 합산하면 총 59억5000만달러(약 7조9000억원)의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도체과학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지원공고(NOFO)에 보조금 혜택을 위한 몇 가지 요구사항을 명시했는데 이중 ▲군사협조 ▲초과이익 공유 ▲기밀제공 등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면서다.
이번 보조금은 크게 ▲경제 및 국가 안보 ▲상업적 타당성 ▲재무건전성 ▲프로젝트 기술 타당성 ▲인력 개발 ▲파급 효과 등 6가지 심사기준으로 판단된다. 이중 미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가중치를 크게 둔 부문은 경제 및 국가 안보다. 이를 위해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국방부 등에 안정적 반도체 공급, 미 정부의 반도체 시설 접근권, 국가안보 임무를 위한 상업시설 적용 등을 요구했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공급망은 전 세계적이며 지리적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이는 사이버 보안 위협, 자연재해, 전염병 등 다양한 위험이 국제 반도체 공급망을 방해하고 미국과 세계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칩법은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며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반도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기존에 예고하지 않았던 초과이익 공유도 명시했다. 1억5000만 달러 이상 보조금 수혜를 입은 기업이 당초 전망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면 지원된 자금의 75%까지 미국 정부와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초과이익 공유와 관련된 세부 내용은 이달 안에 공개될 예정이나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볼 여지가 발생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반도체과학법 언론브리핑에서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의 회계장부를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는 백지 수표(blank check)를 쓰지 않는다"며 말했다고 전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요구한 군사협조, 초과이익 공유 등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순수하게 반도체 제조기반을 세우려는 목표도 있겠으나 반도체가 국가안보와 직결되다 보니 이를 안보 이슈로 끌고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 반도체과학법으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은 외교적 해결책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인력과 인프라 등을 고려하면 생산거점을 옮기기도 쉽지 않다"면서 "국내 투자 촉진을 위해 계획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처리가 또다시 3월로 연기됐는데 서둘러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