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법 세부 지침, 이르면 2월 공개中 투자 10년 유예되는 가드레일 조항 주목D램·낸드 생산 비중 높아 투자 위축 우려中 투자 선택시 반도체 장비 수급 어려울 듯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법' 세부 지침이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3월 초에 발표된다. 미국은 경제, 국가 안보 및 기술을 위해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지난해 2800억달러(약 357조원)를 투자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을 처리했다. 해당 법안에는 ▲반도체 제조 보조금 및 연구 투자에 520억 달러 제공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장려하기 위해 25% 투자 세액 공제(ITC) 등이 담겨 있는데 관련 혜택을 위한 지침이 공개되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반도체는 미국 경제, 국가 안보 및 기술에 매우 중요하나 글로벌 경쟁자들의 막대한 투자로 미국 리더십은 위험에 처해 있다"며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미국 반도체 제조를 활성화하며 공급망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미 반도체법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가드레일 조항(Guardrails Act)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법 혜택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이 지정한 '우려 국가'에 투자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북한, 이란, 러시아 등을 우려 국가로 지정했는데 관련 조항은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며 관련 산업에 향후 10년간 1조위안(약 18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여년 가까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006년(하이닉스반도체 시절) 중국에 51억7500만달러를 시작으로 2010년(29억1500만달러), 2018년(65억5500만달러), 2019년(92억1000만달러), 2020년(10억4500달러) 등 총 249억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도 2014년과 2020년 각각 79억달러, 91억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은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고 쑤저우와 상하이엔 각각 D램 후공정 시설과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 법인이 있다. 시안 팹은 삼성전자의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 중 40%를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우시에서 전체 D램 중 절반을 생산하고 있고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과 낸드 후공정 시설도 중국에서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중국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경우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선임연구위원은 "가드레일 조항이 유지되면 중국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 방향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 대만 등에 비해 세제 혜택이 4~5년 가량 늦어져 있는데 기업들이 국내에서라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규제 조치가 풀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상태라 미국의 세제 혜택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향후 20년 동안 1921억달러(약 254조원)를 투자해 오스틴에 2개, 테일러에 9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SK하이닉스도 SK그룹의 대미 투자에 말맞춰 미국에 최첨단 후공정 시설을 짓기로 했다.
더군다나 중국 시장에 투자를 이어가더라도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반도체 장비 없이 첨단 공정 기술력을 끌어올리기도 어렵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반도체장비 수입의 국가별 비중은 미국(26.9%), 네덜란드(26.3%), 일본(24.3%) 순으로 집계됐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중국에 반도체 기술 수출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