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HUG 부산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장 후보 5명 중 최종 사장 후보로 결정됐다.
소관 부처 장관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대통령 재가 후 임명되는 절차만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정부의 임명 제청을 앞두고 일신상의 사유로 돌연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번 인사는 전문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오랜 기간 증권업계에 몸담아온 '증권맨'이다. HUG 사장은 이전에도 민간 금융인 출신이 공모를 통해 선발된 바 있지만 최근 '빌라왕' 같은 전세사기 사건이 줄을 잇는 상황인만큼 금융 전반을 이해하고 있는 수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HUG는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빌라왕 사태'를 비롯해 전세 보증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해결할 사안이 산더미처럼 밀린 상황이다. 특히 전세보증사업이 제도 개선을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전문성있는 사장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액과 HUG가 집주인 대신 갚은 대위변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HUG가 대신 갚은 대위변제액은 올해 1월에만 17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넘는 주택은 보증보험 가입을 차단하기로 했지만 집값 하락으로 올해 내내 '깡통주택'이 속출하면서 HUG의 연간 대위변제액이 2조원 안팎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박 후보자의 사퇴로 인해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HUG 사장 자리의 공백 상태는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HUG 관계 법령에 따라 재공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새 사장 공모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국민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HUG 사장 자리의 공백 상태는 지난해 10월 권형택 전 사장이 자진 사퇴한 후 5개월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HUG 사장 공백 사태는 전세사기와 깡통전세가 판을 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민 피해를 가중시킨다.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낙하산 인사가 아닌 제대로 검증된 사장을 조속히 선임해야 할 때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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