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비판 여론···제도개편 4월 시행 어려울 듯 원희룡 "항공수요 급증 속 수익구조 개선 위한 꼼수"일각선 "글로벌 스탠더드 부합한 합리적 개선" 의견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제도개편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꾸는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객은 물론 정부까지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 반기를 들면서 예정대로 추진하긴 어려워진 모양새다.
대항항공의 마일리지 제도개편안은 공제 기준을 거리에 따라 10단계로 세분화하는 게 핵심이다. 인천∼뉴욕 구간의 프레스티지석 항공권에 필요한 마일리지가 기존 6만2500마일에서 9만마일로 늘어나는 구조다. 또한 일반석 마일리지 적립률은 70~100%에서 25~100%로 낮아지고, 일등석은 165~200%에서 300%로 상향된다.
이에 대해 장거리 노선 고객들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통상 장거리 고객들은 마일리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단거리 고객들은 저비용항공사(LCC) 등 다른 선택지가 많아서다. 단거리 노선의 고객들은 굳이 마일리지를 활용해 대한항공의 보너스 항공권을 얻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 같은 제도개편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수차례 피력하면서 대한항공을 궁지에 몰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으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지난 19일에도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항항공은 코로나 때 고용유지 지원금과 국책 금융을 통해 국민들의 성원 속 생존을 이어왔다"며 "폭발적 항공 수요가 왔을 때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마일리지는 경쟁 체제 속 고객 확보를 위해 스스로 약속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유럽연합(EU) 공정경쟁 당국에서 독점으로 인한 고객 피해, 항공 시장에서의 질서 교란, 독과점 폐해에 대해 걱정하는 마당에 고객들에게 코로나 기간 살아남게 해줘 감사하다는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인기 있는 장거리 노선에 보너스 좌석을 우선 배정하는 등 고객 불만 해소방안을 고심 중이다. 또 고객들이 쉽게 보너스 항공권을 예약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마일리지 좌석 비중을 넓혀나가는 기조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제도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제 폭이 늘어나는 장거리 노선에 대한 혜택은 줄었지만 중·단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다수의 승객들에게 훨씬 유리해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3만마일 이하의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은 전체 회원의 90% 수준이다. 하지만 일반석 장거리 항공권 구매가 가능한 7만마일 보유 고객은 4%에 불과하다. 특히 해외 항공사 대비 일반석의 공제 폭은 월등히 낮고,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보너스 항공권의 마일리지 공제량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해외 항공사와 비교해 합리적인 선에서 제도를 개편했는데도 비판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적립률 일부 하향 조정은 2002년 이후 22년, 일반석 공제 마일리지의 부분적 인상은 20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더 많은 고객들이 혜택을 받게 됐는데도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주요 항공사들은 대부분 마일리지 유효기간도 1~2년에 불과하고 마일리지 제도도 수시로 개편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개편이 꼼수로 비칠 수도 있지만, 일부 부정적인 면만 강조되는 것도 건전한 산업 발전 측면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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