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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행원님들 오늘도 평안하십니까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차재서의 뱅크업

행원님들 오늘도 평안하십니까

등록 2023.03.22 09:1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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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A후보가 당선되면 우리나라 공산화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대통령 선거 열기로 뜨거웠던 작년초 한 은행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무려 21세기에 느닷없이 공산주의라니. 대학에서 경제나 경영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은행씩이나 다니는 분이 설마 그 정도의 개념도 구분하지 못했을까. 가까운 사이끼리 으레 주고받는 농담이거니 넘어갔다. 행여 그 날의 대화가 기억나 불편해하실 그 분께 미리 사과의 말을 남긴다.

하지만 그 땐 정말 그랬다. 은행원과 대화를 나눠보면 열에 일고여덟은 A후보에 부정적이었다.

정치적 신념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정부가 자신들에게 지나치게 바란다고, 코로나19 피해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 금융회사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부담스럽고 억울하다고 이들은 늘 볼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채용도 희망퇴직도 성과급 지급도 배당도 심지어 노후 점포 정리까지도 눈치 안보고 할 수 있는, 돈 많이 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척당하지 않는 시대가 오길 이들은 열망했다.

물론 그 화살이 오롯이 A후보(당시엔 대통령도 아니었던)를 향한 것이었다고 생각진 않는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면서 많은 게 닫혀버린 사회의 한 가운데서 무거운 짐을 일부 나눠져야 했던 피로감을 호소한 듯 싶다.

누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금융권이 그토록 거리를 두던 A는 간발의 차이로 낙선했고, 경쟁자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결과다.

그 후 1년 뒤. 금융권은 '공공재'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아이러니하게도 금융회사가 기대하던 그 사람은 이들의 자율성을 외면했다. '금융은 공공성을 띤 산업'이란 명분 아래 더 많은 책임과 부담을 지우고 정책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라면 철저히 금지했다.

대출 금리 내리고 예·적금 금리 올려라. 소비자의 금리 인하 요구는 가급적 수용해라. 스타트업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신경 써 달라. 정부가 주문한 사항은 투명하게 공개해라. 반드시 '정기적'으로 '수치화'해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과도한 배당은 안될 일이다. 성과급이라니 말할 것도 없다.

정부의 메시지는 대체로 이랬다. 대통령 아니면 감독당국 수장? 솔직히 누구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금융사가 어떤 여정을 걸어왔는지, 은행이 어디서 자금을 조달해 어떻게 공급하는지 정도는 한 번쯤 들여다보긴 하셨을 것이라 믿는다. 정치적 목적이 담기지 않은 순수한 뜻이었길 바랄 뿐이다.

피바람도 불었다. BNK금융을 시작으로 농협금융, 기업은행, 주총을 앞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까지 주요 금융그룹의 회장이 모두 새 얼굴로 바뀌었다. 정부와 가깝고 유력 정치인이 원하는 사람으로. CEO뿐이었겠나, 임원도 사외이사도 그렇다.

그 때 그 행원이 우려했던 게 바로 이런 모습 아니었을까. 이런 행태를 분명 자본주의나 자유경제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기대는 한숨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금융사를 통제하고, 경영실적과 보수를 부각시킴으로써 이들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고 있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래도 전 정부에선 어떻게든 목소리를 냈을 사람들이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릇된 선택이 결국 스스로를 옭아맸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조금 더 많은 국민의 선택이었고, 이제 이 정부의 행보는 이들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 숙제가 됐으니 말이다.

다만 우리사회의 어두운 그늘에 숨어있던 이기주의의 단면이 금융권에서 나타났고, 그 것이 구성원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로 돌아왔다는 점. 그 때 현장에서 이를 목도했다는 데 개인적인 아쉬움을 표한다.

전 정부를 향한 이들의 원성은 '가진 것을 나누고 싶지 않다'는 게 핵심이었으니까. 그래서 더 많은 것을 갖도록 허락할 것 같았던 이 정부를 지지했던 것 아닌가.

묻고 싶다. 지금 무탈하시냐고. 그리고 말씀드리겠다. 금융인만큼은 꼭 행복하시라고.

고작 저녁 있는 삶에 만족하던 청년들은 이제 그 '저녁'마저도 내어주게 생겼는데, 어떤 가정의 전세 대출금만큼 성과급도 챙기는 분들이 그리 걱정이 많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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