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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K명품의 설움

등록 2023.05.04 16:45

윤서영

  기자

reporter
한국인의 명품을 향한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1인당 명품 소비 1위를 차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을 정도다.

기자는 이쯤에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명품 브랜드'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

아마도 대부분 이른바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한 여러 해외 브랜드를 처음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인의 유별난 명품 사랑 속에도 국내 브랜드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패션업계의 활발한 해외 진출에도 불구하고 'K명품'에 대한 성공 사례는 유독 드물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국내 브랜드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제품 하나를 사기 위해 매장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또한 국내 패션 브랜드 사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선 왜 에루샤와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나오지 못할까. 국내 패션 브랜드는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제품과 비슷한 것들을 우후죽순 쏟아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 큰 호응을 얻기만 하면 이와 유사한 이른바 '미투(모방) 제품'을 출시하는 등 선발 업체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행보가 언젠가부터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러는 동안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국내에서만 거둬들인 매출이 총 4조원을 육박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에르메스코리아의 작년 한 해 매출은 6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증가했다. 루이비통코리아와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조6923억원, 1조59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각각 15.3%, 30.0% 늘어난 수치다.

물론 이들 브랜드가 지난해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인해 가격 인상을 단행한 영향도 있다. 그러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감소하는 '수요의 법칙' 따윈 국내에서 성립하지 않은 지 오래다.

이외에도 디올과 프라다, 티파니, 롤렉스 등 명품 브랜드 역시 지난해 실적이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가격대가 많게는 수천만원대까지 넘나들지만, 소비자는 해외 명품 브랜드에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한국에 대한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은 물론 K팝, K뷰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산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도 K명품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언제까지 안방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K명품도 이제는 브랜드만의 고유한 색깔을 만드는 것은 물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에루샤와 같이 명품 역사의 한 획을 긋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할 때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에루샤와 견줘도 손색없는 '국산' 명품 브랜드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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