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를 두고 가입을 생각하면서도 만기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만기 2년에 납입한도가 50만원이었던 청년희망적금도 해지율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비춰보면 어려운 '퀘스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목돈 만들기'를 목표하는 상품인 만큼 납입금이 커야 5년 뒤 만질 수 있는 돈도 커진다. 납입이 적으면 적을 수록 상품의 효용이 적어지는 것이다.
최고 금리를 받으려면 우대금리를 받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소득 우대금리(0.5%)를 누릴 수 있는 대상은 저소득자(총급여 2400만원 이하, 종합소득·사업소득 1600만원 이하)다. 은행별 우대금리는 최대 2%포인트이다. 은행별 우대금리는 조건이 다르지만 금융거래 실적과 관련이 있어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개인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의 180% 이하 등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청년들은 가입은 가능하지만 정부 기여금이 없다. 이들은 비과세 혜택만 누릴 수 있다.
물론 비과세 혜택도 5년간 유지해야 누릴 수 있다. 소득이 높지 않은 청년의 경우 매달 70만원씩 5년간 납입하는 것도 부담인데, 중도 해지하는 경우 이마저도 누리지 못한다. 과거 정책 상품 가운데 만기를 채우지 않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상품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공짜 돈은 없다'는 것이 불변의 진리이긴 해도 청년들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상품이라고 하기엔 납입금액은 많고 만기는 길다는 평이다.
은행업계는 딜레마 빠졌다. 금리 책정을 두고는 '사실상 키맞추기'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책금융상품인 만큼 정부의 뜻에 따르면서도 수지타산을 따져본 은행들은 짜기라도 한 듯 모두 똑같은 기본 금리(3.5%)를 책정했다.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한 기업은행(4.5%)은 국책은행이어서 가능한 용기다.
또 우대금리가 시간차를 두고 공개 됐는데, 이는 일부 은행이 마지막까지 금리를 두고 고민하면서 취합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이쯤 되면 청년도약계좌는 '많이 팔아야 하지만 많이 팔고 싶지 않은 상품' 쯤으로 요약 가능하다.
은행들이 금리를 두고 고심한 것은 많이 팔수록 역마진이 생긴다는 점 때문이다.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상품인 만큼 고금리가 가장 큰 특징이다. 금리 경쟁력이 없다면 대통령 공약의 정책 금융상품으로서 체면을 구기는 만큼 높은 금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로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 금리는 6.5% 수준이다. 4월 기준 예금은행 평균 수신 금리가 3~4% 수준임을 감안하면 낮지 않다. 물론 고객을 단번에 끌어들이는 특판 상품과 비교하면 낮은 금리이지만 3년간 고정금리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수신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금융당국이 예상하는 가입자는 300만명 수준이다. 70만원씩 60개월(5년) 납입한다고 가정하면 은행에서 감당해야 할 이자는 600만원이 넘는다.
정책의 성공은 디테일이다.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실행이 제대로 이뤄져야 성과가 된다. 가입해야 하는 쪽도, 팔아야 하는 쪽도 고민이 깊다. 고금리와 고물가 시대를 겪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청년도약계좌의 디테일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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