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CJ 反 쿠팡 연맹 강화에 '발끈'한 쿠팡CJ제일제당 '햇반' 저격하며 중소 제품 성장 강조업계 "쿠팡 영향력 커졌지만···CJ 브랜드 파워 강해"
쿠팡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식품시장에서 수십 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의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쿠팡이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판매량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쿠팡은 "독과점 대기업이 사라지면서 쿠팡의 고객들은 전보다 더 나은 쇼핑환경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석밥', '만두', '즉석국'과 '독과점 대기업'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레 CJ제일제당이 연상되게끔 한 것이다.
그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던 쿠팡이 이토록 날을 세운 이유는 신세계그룹이 통합 멤버십을 선보이며 진행한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 행사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이 행사에서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농심 ▲매일유업 ▲유한킴벌리 ▲풀무원 등 업계를 대표하는 제조사들을 끌어들여 이른바 '반(反) 쿠팡 연대'를 형성하는 모습으로 쿠팡을 도발했다.
당시 강희석 이마트 대표도 쿠팡을 염두에 두고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이어갔다.
강 대표는 "디지털 유통의 확산 이후 빠른 배송, 저렴한 가격이라는 혜택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그 이면에는 소비자들은 가품에 대한 우려를 끊을 수 없고 광고성 콘텐츠의 범람은 피로도를 높여주고 있다"며 이커머스 기업의 신뢰도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판매자 혹은 브랜드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영업 채널을 확장해서 성장해 간다는 이면에 '다이내믹 프라이스'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인해 기껏 일군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거나 혹은 채널 관리가 어려워지거나, 물류비용이 증가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세계그룹은 유통을 근간으로 하는 그룹으로서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신뢰에 기반한 상생의 협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의 이 같은 반 쿠팡 움직임이 유통채널 곳곳에서 보이는 가운데 특히 CJ제일제당은 대표 제품 햇반으로 네이버, 11번가 등 쿠팡을 제외한 타 채널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두 회사는 납품가를 두고 이견을 보이다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애당초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온라인 판로 유지를 위해 한발 물러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쿠팡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자세를 낮추는 대신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과 협업하는 방안을 택했다.
제조사와 쿠팡의 충돌은 CJ제일제당만의 일도 아니다.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에 부스를 차렸던 제조사 중 LG생활건강 또한 쿠팡과 감정의 골이 깊다. LG생활건강은 4년 전인 2019년 쿠팡이 납품사들에 가격 인하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CJ제일제당의 사례처럼 LG생활건강 또한 쿠팡과의 납품가격 협상 중 관계가 틀어졌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납품 중지를 하자 공정위에 쿠팡을 신고하면서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쿠팡에서 판매하는 LG생활건강의 제품 중 이 회사가 직접 공급하는 제품은 자취를 감췄다. 중간 유통업체를 거친 제품들만 납품되고 있어 주문 제품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도 불가능하다.
농심 또한 마진을 고려해 생수 제품 '백산수'는 로켓배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쿠팡이 직매입은 진행하고 있어 품질이 보장된다. 또 '로켓+2일' 배송이 적용되며 1만9800원 이상 무료배송의 혜택은 받을 수 있다.
유통·제조업계에서는 반 쿠팡 연대가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쿠팡의 영향력이 이커머스 기업을 넘어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고 있지만, 브랜드 파워가 있다면 쿠팡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더 긍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CJ제일제당의 '믿는 구석' 또한 이 브랜드 파워라는 이야기다.
통상 유통업계에서는 유통업체가 '갑(甲)', 납품업체가 '을(乙)'로 통한다. 납품업체의 입장에서는 유통업체를 거스르기 쉽지 않다. 대형 유통업체와의 거래가 끊기면 당장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형마트와 제조사 간 갈등의 근본 원인도 이 때문이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전에는 업계 1위 기업이라면 쿠팡과 힘겨루기를 할 만하다고 봤지만, 쿠팡이 영향력이 점점 커진 지금은 쿠팡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반대로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높다면 "그래도 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햇반이나 비비고의 경우 브랜드 파워가 강해 CJ제일제당 입장에서도 고객 충성도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1위 업체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대체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저관여상품이 있기 마련이지만 '입맛'과 관련해서는 소비자들이 쉽게 제품을 바꾸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의 즉석밥 매출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햇반과는 매출 기준이 다르다"며 "쿠팡은 신장률로 이야기하는데, 예컨대 매출액 100만원 업체가 1억을 팔았다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 맞지만 햇반 매출액과 비교했을 때 상쇄가 됐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위 업체를 쓰지 않고 대체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햇반의 경우에는 브랜드력이 있다"며 "그만큼 CJ제일제당도 충성도에 자신이 있다는 것인데, 제조사 입장에선 특정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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