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앞두고 오너家 신중하·중현 형제 주목 그룹 디지털 전환 진두지휘···신사업 성과도 '눈길'지배력 높이는 신창재, '경영승계 시나리오' 짤 듯
신창재, 지주사 전환으로 지배력↑···후계구도 고민할 때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지주사 전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과 현금을 분할해 금융지주사를 꾸린 뒤 유상증자를 통해 사업회사(교보생명)를 신설 법인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선 신창재 회장이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경영승계까지 준비하고자 지주사 설립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기업에 걸쳐 지주사 체제 전환이 같은 목적으로 활용된 바 있어서다. 신 회장(1953년생)으로서도 올해 70세 생일을 맞은 만큼 후계구도를 고민할 때가 됐다,
사실 교보생명은 이미 오너가(家) 3세를 앞세운 한화생명이나 DB손해보험 등에 비해 승계 작업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아들에게 회사 지분을 넘기는 등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신 회장은 이들을 임원이 아닌 직원으로 채용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도록 하는 등의 엄격한 경영수업을 이어왔다.
이는 사회 경험을 충분히 쌓은 후에야 경영에 참여토록 하는 교보생명의 '가풍'과 무관치 않다. 신 회장도 40세가 돼서야 교보생명에 합류했다. 1993년 당시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재직하던 그는 고(故) 신용호 창업주의 부름에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그룹 경영을 시작했다. 이어 3년 뒤인 1996년 43세의 나이로 교보생명 부회장에 선임되면서 병원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경영인의 행보를 걸었다.
존재감 드러낸 '오너 3세'···디지털 성과 눈길
이 가운데 80년대생인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팀장과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혁신팀장이 속속 보폭을 넓히자 외부에선 교보생명의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신중하 씨(1981년생)는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외국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하면서 그룹에 발을 들였고 ▲교보정보통신 ▲디플래닉스 등 관계사를 오가며 디지털 분야의 경험을 쌓아왔다.
현재 신중하 씨는 교보생명에서 그룹데이터전략팀을 이끈다. 지주사 전환에 앞서 의사결정 시스템을 정비하는 차원에서 계열사 간 데이터 연계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룹 디지털 전환 시너지를 높이고자 입사했다는 그는 최근 카이스트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활발한 행보로도 유명하다.
또 회사 내 신중하 씨의 정식 직책은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이다. 그룹데이터전략팀은 신 회장 직속 '지속경영기획실' 산하에 편재된 조직으로 신 씨의 입사와 함께 새롭게 꾸려졌다. 자신의 아들이 처음으로 계열사가 아닌 교보생명에서 근무하게 된 만큼 신 회장으로서도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 신중현 씨(1983년생)는 2020년부터 디지털 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을 지키고 있다. 그는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친 인물이다. 일본 SBI금융그룹 계열사인 인터넷 전문은행 'SBI스미신넷뱅크'와 'SBI손해보험' 등에서 전략·경영기획 업무를 맡아보다가 교보생명 자회사에 합류해 디지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중현 씨 역시 형 못지않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펫보험 전문 인슈어테크 '스몰티켓'에 투자했는데, 여기엔 관련 분야에 주목해온 신 씨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은 평소 혁신을 강조하는 신 회장이 중시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아들에게도 경영수업의 연장선에서 중책을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두 사람이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업계에선 이들이 곧 경영 전면에 나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 회장 지분 증여 어떻게?···새 손보사가 승계의 '키'
그러나 신 회장이 아들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증여 외엔 이들 두 사람에게 회사 지분을 나눠줄 방법과 명분이 없어서다.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토록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신주 발행으로 지분이 희석된다는 측면에서 기존 주주의 반발을 살 수 있어서다. '풋옵션 분쟁'으로 오랜 기간 얼굴을 붉힌 주요 주주 어피니티컨소시엄(지분율 24%)부터 당장 반기를 들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일각에선 교보생명이 눈여겨보는 손해보험사가 승계의 '키'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주 주식 대신 손보사 지분을 일부 증여함으로써 계열사 경영을 맡기고 추후 이를 승계에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교보생명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손해보험업 재진출을 위해 시장에서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엔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손잡고 악사(AXA)손보를 사들일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만 교보생명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주사 전환은 어디까지나 투자와 의사결정 효율을 높이기 위한 포석일 뿐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경영승계와 무관하며, 아직 이 사안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그룹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최적의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