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는 DB하이텍이 김준기 창업회장의 사적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으며 일반주주의 권익을 무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회사가 형식적인 변명으로 이를 묵과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KCGI는 회사 경영과 관련한 자료 등을 요구했으나 DB하이텍이 자료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대화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혔다. 반면 DB하이텍은 KCGI가 보안과 관련한 자료까지 요구한다며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양측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반복되는 주주와의 갈등은 아쉬운 대목이다. DB하이텍은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와 비슷한 영업이익률 올리고 있다며 자화자찬했으나 정작 자본시장의 주인은 주주와는 소통 부재로 지적을 받아 왔다. 소액주주와 물적분할 관련 마찰을 빚은 게 불과 3개월 전이다.
지난해 9월 DB하이텍은 공시를 통해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를 쪼개는 분사 작업 검토를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자 돌연 이사회를 열고 물적분할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20%도 안 되는 회사가 주주와의 사전 소통은 하지도 않은 채 독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당시 DB하이텍은 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물적분할이 이뤄지면 고객과의 이해 상충 문제가 해결되고 파운드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반도체 업계에선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을 병행할 경우 파운드리 사업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팹리스 기업이 반도체 설계 유출을 우려로 일감을 맡기기 어려워한다는 이유에서다.
회사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사전 소통 없는 일방통행은 주주들의 뒤통수를 때린 격이다. 또 분할 자회사의 상장 계획은 없다고 했으나 '분할 이후 5년 내'라는 단서를 달아 또 다른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더군다나 '실적 우려'를 거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김준기 창업회장과 아들인 김남호 DB 회장이 받은 보수는 전년보다 수억원 이상 올랐다. 현재 두 사람은 미등기 임원 신분이다.
분할 이후 잠잠했던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4일 DB하이텍에 의결권행사 기록 열람과 자사주 즉시 소각, KCGI 요청사항 대응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모든 안건에 대해 열려있는 자세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연대든 KCGI든 모두 회사와 '대화'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DB하이텍은 세계 10대 파운드리 기업이며 작년 영업이익률은 무려 46%를 나타냈다. 총수일가와 경영진의 노력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기록이다. 그런 기업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은 경영진의 소통 부재를 꼬집고 있다. 주주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느끼는 바가 없을 리 없다. 수익성뿐 아니라 선진 거버넌스 체계까지 갖춘 DB하이텍이 되기를 바란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