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지원해 리스크 확산 억제하고 부동산 PF 부실 대응 태세 구축했지만 김 위원장 소극적 '물밑 행보'엔 우려도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위원장은 오는 11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고승범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등판한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공식 행보를 시작한 바 있다.
금리 상승과 자산가격 하락, 고물가 등 악재에 대응하고 취약계층 지원으로 시장을 회복시키겠다는 게 그의 포부이자 첫 주문이었다.
'125조 취약계층 지원 패키지'로 리스크 확산 억제
김 위원장은 초기부터 시장의 리스크가 사회 곳곳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압력 심화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등 취임 당시의 시장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김 위원장은 125조원 규모의 민생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저금리 대환 대출을 공급하고 채무조정(새출발기금)을 지원하는 한편,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안심전환대출) 등의 지원 패키지다.
특히 새출발기금을 통해선 90일 이상 장기연체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에 따라 원금을 최대 80%(취약계층 90%)까지 감면토록 함으로써 이들의 신용 회복을 조력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코로나19 상흔'을 치유하는 데도 신경을 쏟았다. 팬데믹과 맞물려 시행된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정책을 이어가면서다. 만기 연장의 경우 은행권의 자율 협약으로 전환한 뒤 최장 3년간 만기 연장을 추가로 지원하고 상환 유예는 9월말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민생안정에 주력한 것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급증한 부채와 물가를 조율하고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각 경제 주체가 제 기능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레고랜드부터 새마을금고까지"···PF 리스크 해소에 만전
김 위원장의 지난 1년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와의 전쟁으로도 요약된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부터 최근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이르기까지 PF 부실에서 비롯된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악재 속에서도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먼저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선 50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으로 맞섰다. 채권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회사채·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시장까지 경색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 차원에서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내놓은 특단의 조치였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금융권에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한 역할을 주문하며 지원을 이끌어냈다. 작년 11월 5대 금융지주 회장과 만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 등 총 95조원 규모의 공급계획을 수립한 게 그 결과물이다.
올해는 'PF 대주단 협약'을 재가동해 주요 사업장의 정상화를 지원하고 있다. 은행부터 증권·보험·상호금융을 아우르는 3780개 기관과 함께 전국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 사업장을 점검하고 만기연장과 채무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을 조력하고 있다. 현재 협약이 적용된 사업장은 총 91곳이며, 만기 연장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이 이뤄지는 곳은 66개에 이른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 사태와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내며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였다. 새마을금고의 예금이 법에 따라 보호(1인당 5000만원까지)받는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누차 각인시키는 데서 나아가 직접 창구를 찾아 6000만원을 예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역사적으로 새마을금고는 1997년 외환위기 등 더 어려운 금융위기 시에도 예금을 지급하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보유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새마을금고를 이용하는 국민의 재산상 손실이 결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31년 만에 시중은행 탄생 눈앞···토큰증권 안착 총력
김 위원장은 금융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4개월의 태스크포스(TF) 운영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 새로운 시중은행을 투입하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적 구조를 해소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방침을 제시했는데, DGB대구은행이 의향을 내비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이 신청서를 내면 심사를 거쳐 조속히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은행이 정식 인가를 받으면 1992년 평화은행 출범 이후 30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출범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위는 이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가 간편하게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금융사와 핀테크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예금상품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서비스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혁신 기반을 마련하고자 ▲금융·비금융 융·복합 활성화 ▲은행 경쟁환경 개선 ▲지주회사 경쟁력 제고 ▲국내 금융회사 글로벌 진출 활성화의 4대 정책 방향을 수립했다. 향후 디지털 뱅크런 등 금융시스템 유동성 위험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토큰증권(STO) 성공적 안착을 독려하는 등 금융혁신과 안정의 가치를 균형 있게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존재감 사라진 금융당국···"관계 재설정 필요"
다만 재임 기간 중 금융당국의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세간의 평가는 김 위원장에겐 무거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달리 김 위원장은 좀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비춰져서다.
실제 작년부터 금융그룹 CEO 교체와 과점 시장 타파, SG증권발(發) 증시폭락 사태 등 굵직한 현안이 속출하는 와중에도 김 위원장은 다른 기관장보다 한 발 늦게 목소리를 내면서 도마에 올랐다. '라덕연 사태'를 놓고도 관련 제보를 가장 먼저 제보를 받았으나 적시에 대처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월권 논란도 있었다. 특정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금감원이 금융위보다 먼저 입장을 내놓거나 금융회사와 접촉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여기엔 김 위원장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평소 그는 공식 석상에 얼굴을 내비치기보다 물밑 행보를 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관 간 경계가 모호해질 경우 정책에 혼선을 빚고 시장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원리원칙에 맞게끔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이 이해해주길 바란다"면서 "가계부채의 건전한 관리, 국민들의 금융거래 편의성 제고 등 금융위의 기본적인 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해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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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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