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시중은행·지방은행 상생 금융 보따리 풀어지난달부턴 보험사·카드사 등 2금융까지 동참'총선 출마' 기반 닦기라는 비판, 관치 논란 등 여전
"오는 9월 채무 상환유예 종료 등이 예정돼 있는데, 똑같은 재정을 갖고도 재정 집행을 언제 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효과가 다르다. 상생 프로그램이 3·4분기에 조기에 집행될 수 있으면 한다"(6월 29일)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4월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걸음마다 '상생'의 꽃이 활짝 피고 있다. 올 초 은행권부터 시작된 '상생 금융'안이 카드‧보험업계 등 2금융에까지 번지며 금융권 전체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과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금융권이 나눠져야 한다는 메시지에 전 금융권이 화답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원장의 광폭 행보에 따른 '뻥튀기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회사의 상생 지원을 압박하는 '관치'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상생 금융'에 첫 주자는 올해 2월 '캐시백 희망 프로그램' 등을 내놓은 하나은행이다. 당시 하나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안심 고정금리 특판대출의 출시를 발표했다.
이어 같은 달 이 원장은 부산으로 향했다. BNK부산은행은 이 원장과의 만남에서 지역내 취약계층 소상공인과 상생 위해 1조6299억원 규모의 따뜻한 금융지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3월엔 KB국민은행 본점을 찾았다. KB국민은행은 1000억원 규모의 이자를 깎아주겠다는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신용대출까지 전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3~0.5%포인트 인하한다는 것이 골자다.
같은 달 신한은행의 간담회 자리에 참석했다. 신한은행은 대출금리 인하와 중소기업 고객 대상 금융지원을 골자로 한 '상생 금융 확대 종합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총 1623억원 금융비용 절감 혜택을 강조했다.
더 '통 큰' 상생 방안을 내놓은 것은 4대 은행 중 가장 마지막인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이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 인하를 포함해 총 20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으로 연간 2050억 원의 고객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공은 2금융으로 넘어갔다. 지난 6월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2주 만에 현대카드·롯데카드·신한카드 등이 상생 금융 보따리를 풀었다.
우리카드는 총 22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방안을 발표했고 현대카드와 롯데카드가 각각 6000억원, 3100억원, 신한카드 40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의 지원액은 총 1조5300억원에 달한다.
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첫 주자로 나섰다. 한화생명은 보험업계 1호 상생 금융 상품인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 등을 출시하는 한편 금감원·한화생명 공동으로 복지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회사의 주도적인 역할도 당부했다. 17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소상공인·중소기업 간담회에서 기업은행과 농협중앙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지원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년간 안심 고정금리 특별자금, 저리 신용대출, 저리 특례보증 등 총 1조원 규모의 금리감면을 추진한다. 워크아웃 진행 시에도 주채권은행과 여타 채권은행 간 협조가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농협중앙회는 장기(신용 10년, 담보 20년) 분할 상환 상품 대환, 만기 연장, 원금·이자 유예(6개월 이하), 금리우대 등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의 '상생 릴레이'를 반기는 모습이지만 업계의 '뻥튀기 경쟁' '관치' 지적도 적지 않다. 이 원장이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서둘러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뻥튀기 경쟁'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사들이 지원 규모를 키우기 위해 기존 취약계층 지원 방 안에서 보증 배수 계산으로 효과를 부풀려 지적받기도 했다.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상생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황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상생만 강조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정책이 발맞출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종의 '관치'라는 지적이다.
이 원장이 여러 차례 선을 그었지만 내년 총선 출마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생 금융'을 기반으로 민심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있어야 금융회사가 존속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상생 금융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말부터 업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가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상생 금융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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