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HBM 시장의 주류는 HBM3 및 HBM3E"삼성보다 앞선 SK하이닉스, HBM 점유율 50%"우리가 HBM 최고"···내년 5세대 HBM 본격 생산
현재 공급되고 있는 HBM 10개 중 9개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제품이다. AI 시장에서 양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셈인데 적어도 HBM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2024년 HBM 시장을 이끌 제품으로 4세대, 5세대 제품을 지목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HBM 시장의 주류는 HBM3와 HBM3E가 주도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시장의 주요 제품은 엔비디아와 AMD,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사용 중인 HBM2E이지만 AI 칩 수요가 발달하면서 제조업체들이 내년에 HBM3E를 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은 첨단 패키지 방식인 TSV(실리콘 관통전극) 기술을 적용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반도체를 뜻한다. 일반적인 D램은 데이터 처리 양이 늘어나면 데이터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반면 HBM은 물리적인 면적이 늘어나 1000개 이상의 DQ(데이터 전송 통로)를 확보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트렌드포스가 올해 AI 시장을 이끄는 제품으로 지목한 HBM은 3세대 HBM인 HBM2E다. 반도체 업계는 1세대 HBM을 'HBM'으로 명시한 뒤 기술 개발에 따라 HBM2(2세대), HBM2E(3세대), HBM3(4세대), HBM3E(5세대) 등으로 지정했다. 현재 공급되고 있는 HBM은 4세대까지로 5세대 제품은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줄곧 2위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HBM 시장에선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4월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순으로 조사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12월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업계 최고속 HBM2E를 선보였다. 또 2021년에는 최초로 HBM3를, 올해 4월에도 12단 적층 HBM3를 가장 먼저 내놓은 바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서버는 일반 서버 대비 2~8배의 메모리를 사용하고 일반 D램 대비 단가가 6배 이상 비싸다"며 "가장 최신 제품인 HBM3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한 공급업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선 후발주자에 머무르고 있다. 1세대 HBM은 생산하지 않았고 2세대 제품인 HBM2를 2016년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또 3세대인 HBM2E는 2020년부터 양산했는데 이는 SK하이닉스의 양산 시점보다 1년 늦다.
다만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사장은 지난달 임직원과 진행한 '위톡'에서 "삼성의 HBM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최근 HBM3 제품이 고객사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의 집계치와 상반되는 주장인데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부 자료를 근거로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장의 성장으로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모두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며 HBM 경쟁력에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부사장)은 지난달 26일 진행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고객 반응을 종합하면 타임 투 마켓(Time-to-Market : 신제품 출시 시점) 관점, 제품 완성도, 양산 품질 등을 종합해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콘퍼런스콜에서 "당사는 HBM 시장의 선두 업체로서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었고 후속으로 HBM2E도 제품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며 "HBM3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고객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HBM을 두고 경쟁 중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내년에 진검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HBM 시장을 이끌 차세대 제품으로 지목된 5세대 HBM인 HBM3E를 양사 모두 내년 상반기 양산하기로 하면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을 각각 HBM3+(플러스), HBM3P 등으로 명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HBM 및 첨단패키징 서비스를 함께 공급할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데, 생성형 AI 확산으로 HBM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TSMC에 주문을 맡겼던 엔비디아는 삼성과 협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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