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 "KB는 소중한 일터고 삶의 일부""지배구조 정답 없어···기업 체질 등 고려해야"향후 거취는 아직 결정 못 해···"더 생각해 볼 것"
윤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를 통해 "양 내정자에게 경영은 끝없는 계주 경기와 같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제가 받았을 땐 실수도 있었지만 열심히 달려 뒤처져 있던 트랙을 앞서는 정도에서 넘겼다"며 "양 내정자는 더 속도를 내 반 바퀴, 한 바퀴 더 앞서나가는 KB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양 내정자가 은행장 경험이 없는 회장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회장 취임 시 은행장을 겸직하긴 했지만 나 또한 은행장을 했던 경험은 없었다"며 "양 내정자는 은행에 20년간 근무를 했기 때문에 은행 경험이 풍부하고 모든 부분에 대해 다 경험을 갖고 직접 관리했다는 점에서 저보다 훨씬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한 제가 취임할 당시에는 은행 부분에 있어 CEO로서 뒷받침 해줄 분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재근 행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훨씬 더 입장이 편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되면서 KB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본격적으로 가동한 바 있다. 이후 차기 회장 내외부 후보자를 선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등 검증 기간을 거쳐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로 추렸고 양 내정자가 최종 후보자로 올랐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 없이 차기 회장이 선임되었고 시장에서는 KB금융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은 이런 시장의 평들과 관련해 "지배구조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각 기업에 따라 체질과 영역, 문화에 맞는 고유의 지배구조를 개발하고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많은 분들이 지배구조가 정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획일화, 통일화하려고 하지만 각 회사의 영역, 처한 상황, 업종의 특성, 문화적인 차이 등이 있기 때문에 획일적인 답이 있지는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또한 "KB의 경우 과거(KB사태)에 '흑역사'라고 표현될 정도로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배구조에 대해 어느 회사보다도 더 신경을 썼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취임하면서부터 CEO의 중요한 책무로 첫 번째는 재임하는 기간 중 좋은 성과를 내고 지속적인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는 저를 이어 좋은 CEO가 나와 더 잘할 수 있는 시스템 체계를 정비하고 만드는 게 책무였다고 생각했다"면서도 "KB는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회사 CEO들의 장기 집권과 관련한 부정적인 시각들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윤 회장은 "2018년 하버드 경영자 리뷰 자료를 보면 S&P500 기업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년이며,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평균 재임 기간이 7년이라고 한다"며 "한국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글로벌 전략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지 않고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3년, 6년마다 CEO가 바뀌는 체계에서 이같은 장기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지배구조의 목적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주주, 고객,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행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윤 회장의 경영성과 등을 비추어 봤을 때 4연임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지만 그는 결국 용퇴를 결정했다. 윤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진퇴는 미리 결정해 두고 상황이 오면 실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3연임 할 때 마음의 결정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지난 9년간의 임기 간에 대한 소회들도 밝혔다. 그는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끌어올리고 KB금융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킨 부분을 가장 보람된 부분으로 꼽았다.
윤 회장은 "회장 취임 당시 지배구조는 흔들렸고 직원들은 1등 DNA를 잃어가는 상황으로 축하보다 오히려 걱정을 해주던 시기였다"고 돌이켜보았다. 그는 "그러나 훌륭한 직원들과 단단한 고객 기반으로 점차 결실을 보면서 취임 3년도 채 안 돼 리딩뱅크를 되찾았다"며 "이어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등을 인수하며 비은행 부분이 은행부분과 함께 KB의 강력한 양 날개의 성장엔진이 돼 KB가 더 빠르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KB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내기도 했다. 윤 회장은 "많은 분들이 저의 트레이드 마크를 노란 넥타이라고 한다"며 "회장 취임 후 저는 노란색 넥타이 이외에 넥타이를 매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KB를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며 "그만큼 KB는 소중하고 감사한 일터였고 삶의 일부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저희가 리딩뱅크, 리딩금융그룹이라고 얘기하지만 세계 순위로 보면 60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부코핀은행 정상화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윤 회장은 "인수하자마자 코로나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며 "현재는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해나가고 있고 IT시스템 선진화는 내년 6월 정도면 완료되고 부실채권 정리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세컨드 마더 마켓이라 생각해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자산운용, 보험사 함께 진출했는데 국내에서 했던 것처럼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회장은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앞으로의 거취는 아직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며 "아직 2개월 정도 남았으니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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