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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정부 뒷배' 우리은행 vs '공격 영업' 하나은행···기업금융 진검승부

금융 은행

'정부 뒷배' 우리은행 vs '공격 영업' 하나은행···기업금융 진검승부

등록 2023.09.21 07:33

정단비

,  

차재서

  기자

은행권, 새 격전지 기업금융 시장서 대격돌 '상반기에만 6% 성장'···하나은행 고공행진에우리은행 "2027년 반드시 1위 도약" 도전장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시중은행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기업금융 시장에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피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영업본부를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은 하나은행이 과감하게 보폭을 넓히는 가운데 정부를 등에 업은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 선언과 함께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나란히 기업금융으로 눈을 돌린 것은 불확실한 국면 속에 가계대출에만 의존했다간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기인한다. 가계 빚 급증에 놀란 금융당국이 재차 제동을 걸면서 올해도 은행의 영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점쳐지는 탓이다.

다만 '파이'가 정해진 기업금융의 특성상 결국 경쟁사의 '기회'를 빼앗아야만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만큼 두 은행이 얼마나 치밀한 전략으로 접근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영업그룹 재편한 하나은행···상반기 기업금융 성장률 '톱'

최근 기업금융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하나은행이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다른 은행을 압도하면서 명실상부 기업금융의 새 강자로 부상했다.

실제 하나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6.1% 늘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KB국민은행(2.9%)이나 신한은행(2.8%), 우리은행(1.9%)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대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대기업 대출 잔액은 약 25조935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2% 증가했는데, 그 또한 KB국민은행(14.2%), 신한은행(10.8%), 우리은행(11.5%)의 성장률을 훌쩍 웃돈다.

기업금융에서의 흥행은 호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기업 대출 성장을 기반으로 작년 말과 올 1분기엔 순이익 기준 1위를 차지하며 '리딩뱅크'로 등극했다. 2분기 국민은행에 자리를 내어주긴 했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10일 오전 인천시 서구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ESG 경영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포토월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영업통'으로 유명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에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실행력이 더해진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작년 3월 하나금융의 수장이 된 함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기업금융 경쟁력을 높이는 데 신경을 기울였다. 잘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연초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 역시 자산관리, 기업금융, 외국환 등 하나은행만의 강점에 집중해 경쟁자와 확고한 격차를 만들 것을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그 일환으로 하나은행은 지역 현장의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직개편도 시도했다. 기존 영업그룹을 중앙·영남·호남영업그룹으로 나누고 각 지역 그룹 내 따로 영업본부를 둠으로써 현장 중심의 영업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하나은행엔 충청영업그룹을 포함해 총 4개 지역 영업그룹이 움직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경영진부터 영업점까지 원팀으로 기업 대출 영업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유의미한 성장을 일궜다"고 자평했다.

"2027년엔 기업금융 1위 도약"···우리은행의 파격 선언

우리은행도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기치로 본격적인 성장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대기업 여신 등 기업 대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2027년 '기업금융 1위'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우리은행이 공개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을 보면 이들은 ▲미래성장 산업 지원 확대 ▲차별적 미래 경쟁력 확보 ▲최적 인프라 구축 등 10대 핵심 과제로 수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 기업 대출 점유율 2위를 탈환하고 2년 뒤 선두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우리은행은 5년 내 대기업 여신을 15조원 늘리고 300개 중견기업에 총 4조원을 지원하는 한편, 방산과 이차전지·반도체 등 중소기업에도 매년 4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동시에 공급망 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를 고도화하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 결제 시장에 진출하는 등 새 수익 모델도 발굴한다.

이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2026년 말엔 기업 대출 잔액이 207조4000억원, 가계대출 잔액은 138조300억원으로 늘어남으로써 여신 포트폴리오가 60대 40 비율로 조정될 것으로 은행 측은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은 38대 주채무계열 중 삼성과 LG, 한화를 비롯한 11개 기업의 주채권은행이라는 강점을 살리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자신한다. 그간 쌓아온 기업 관련 정보를 활용해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에서 열린 '우리카드 상생 금융 출시 기념,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우리은행이 갑작스럽게 방향을 수정한 데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의중도 반영됐다. 작년보다 12.7%나 뒷걸음질 친 상반기 성적표(순익 1조5386억원)에 상심한 그는 하반기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기업금융 영업을 강화함으로써 이를 만회해 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취임 직후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특화점포 '비즈프라임센터'를 열고 본점엔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신성장지원팀도 꾸렸다.

실적은 하나은행이 앞서지만···정부의 우리은행 지원 '변수'

업계에선 기업금융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려는 두 은행이 당분간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우리은행이 단기간 내 하나은행의 아성을 꺾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퇴직연금 관리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아 기업이 주거래은행을 쉽게 바꾸지 않는 데다, 부실 우려가 큰 만큼 우리은행으로서도 무작정 대출을 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은행은 기업 대출 항목에서 단 한 차례도 하나은행을 넘어선 적이 없다. 2020년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하나은행이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을 110조9000억원에서 154조6000억원으로 44조원가량 끌어올리는 동안 우리은행은 이를 107조8000억원에서 135조7000억원으로 약 30조원 늘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2021년까진 근소하게 앞서 있던 대기업 대출 잔액도 지난해 추월을 허용했다. 현재 두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과 대기업 대출 잔액 격차는 각 18조9000억원과 6조500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거래선을 확보한 하나은행이 당분간 우위를 이어갈 것이란 게 전반적인 견해다.

물론 우리은행에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마다 정부가 내미는 지원의 손길이 은행 입장에선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라이징 리더스 300'이란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가동했다. 5년간 '우량 중견기업' 300곳을 선정해 총 4조원 규모의 여신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 목표치로 잡은 액수를 모두 공급하면 기업금융 성과를 키우고 매년 수천억 원의 이자이익도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직접 우리은행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흘러나온다. 그간 적극적인 상생 행보로 정책에 힘을 실어준 임 회장과 우리금융에 보답하고자 정부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해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수적 성격을 띠는 기업금융은 단기간 내 실적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어서 두 은행의 공격적인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면서 "우리은행의 경우 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얼마나 더 유지하느냐가 목표 달성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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