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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경영 30주년, 이제 JY스타일 찾자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김정훈의 인더스트리

신경영 30주년, 이제 JY스타일 찾자

등록 2023.10.18 14:15

수정 2023.10.18 14:22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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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긴 유명한 말이다. 당시 삼성 사장단과 임직원 2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 선대 회장은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 선대 회장은 반도체 투자 등을 통해 삼성을 초일류 기업 반열에 올려놔 경영인으로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끝없는 혁신을 통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에 올랐고 갤럭시 신화를 창조했다. 2003년 6월 신경영 10주년 때는 "신경영을 안 했으면 우리가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고 했다.

이 선대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전만 해도 삼성은 일본 소니 등 세계적인 기업들에 제품 품질이 뒤진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가전 등 불량이 대거 검출되기도 했다. 삼성 TV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전자 제품 매장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야말로 삼성의 굴욕이었다.

1995년 무선전화기 화형식은 지금까지도 재계에 술회 되는 장면이다. 휴대폰 불량률이 10% 이상 치솟자 이에 격노한 이 선대 회장은 500억원어치에 달했던 15만대의 애니콜을 불태워 버리라고 주문하는 등 휴대전화 사업에 애정을 쏟아부었다.

그랬던 삼성이 어느덧 신경영 30주년을 맞았다. 이 선대 회장의 별세 3주기에 맞춰 18일 서초사옥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로저 마틴 토론토대학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이건희 선대 회장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 이론가였으며,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였다"고 평가하며 이건희식 경영 스타일을 치켜세웠다.

이제 신경영 유산을 이어받아 '뉴 삼성'의 비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이재용 회장의 몫이다.

이달 27일 회장 취임 1년을 맞은 이재용 회장은 삼성 반도체가 적자로 신음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갈등, 환경 규제 등 경영 환경이 악화돼 진짜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 안팎에선 '위기'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회장 승진 후 1년간 국내외 사업장을 챙기고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 등 위기 속에서도 나름 부지런히 뛰었다.

그러나 부친 이건희 선대 회장이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을 갖췄는지에 대해선 재계나 경영학계에서 물음표를 던진다.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은 경쟁 심화로 1등 자리를 내줬다. 반도체는 TSMC, 엔비디아, 인텔 등이 언제든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이재용 이름을 거론할 때 경영 키워드가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재용식 경영 스타일이 자리잡히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물론 재계 1위 삼성의 회장으로 일한 지 이제 1년이다. 기간이 짧다. 이 회장이 글로벌 기업 삼성의 미래 전략산업을 책임질 시기는 앞으로 20년은 더 걸릴 수도 있다.

재계 일각에선 '삼성 합병·승계 의혹' 관련 사법 리스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여전히 신중모드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매달 서너차례 법정을 드나드는 스트레스도 상당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가운데서도 조직 내 작은 변화가 눈에 띈다. 이 회장은 올 초부터 회장님이 아닌 'JY'로 불러 달라며 경영진부터 수평적인 기업문화 만들기를 권장했다. 다만 대형 인수합병(M&A) 같은 빅이벤트는 지연돼 JY식 경영 스타일이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왕성하게 뛰어다녀도 괜찮다. 신경영 30주년과 이 회장 취임 1주기를 맞아 이제는 'JY스타일'이라 불릴 만한 자신만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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